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과 저출생 문제 해결 등 핵심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향후 5년간 21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나라살림 적자가 94조원에 달하는 등 재정 악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보고대회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재정지출 177조원과 교부세 33조원을 확보해 총 210조원을 123개 국정과제와 300여 개 세부 사업에 투입한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42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며, 이는 올해 전체 정부 예산 지출의 6%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정부는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원을 충당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세부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연도별 계획이나 항목별 배분안이 부재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시립대 김우철 교수는 “세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실질적 세부 방안이 부족하다”며 “특히 경기 여건에 따라 세수 확대가 불투명할 수 있어, 의무지출 구조조정 같은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정 상황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는 94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 폭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여기에 새 정부 출범 직후 확정된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되면 재정 적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씨앗을 빌려 뿌려야 가을에 수확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확대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채 발행 규모는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이다. 올해 국고채 발행 총액은 207조1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적자국채만 90조원을 넘는다. 이는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부분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채 의존적 재정 운용이 미래 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전가하고, 나아가 국가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가계와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기업 자금 조달 환경도 위축될 수 있다. 재정이 빚 중심 구조로 굳어질 경우 장기적 위험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더라도, 동시에 지출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우철 교수는 “국채 발행은 단기적으로 숨통을 틔워줄 수 있지만 결국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세입 기반 확충과 지출 구조조정 같은 근본적 개혁 없이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