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투의 영웅, 노먼 보드 회장 애틀랜타에서 마지막 길 배웅

6·25 참전용사로 한미 우호와 보훈 사업에 헌신한 고인, 유족과 한인사회 애도 속 장례 예배 엄수
생전의 노먼 보드(Norman Board) 회장 ⓒ현지 인터뷰 영상 캡처

장진호 전투의 생존자이자 미국 내 참전용사 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한 노먼 보드(Norman Board) 회장의 장례 예배가 8월 6일 오전 11시, 미국 조지아주 라즈웰연합감리교회에서 경건하게 거행됐다. 애틀랜타 한인 사회와 각계 주요 인사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장례 예배에는 신혜경 애틀랜타 총영사관 보훈영사, 박선근 한미우호협회 회장, 김백규 전 애틀랜타한인회장, 박은석 현 한인회장, 장경섭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미남부지회장과 임원 등 한인 사회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고인의 숭고한 헌신을 기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자리했으며, 신혜경 보훈영사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의 조전을 직접 유족에게 전달했다.

권오을 장관은 조전에서 "노먼 보드 회장님은 6·25전쟁에 참전하여 장진호 전투 등 혹독하고 치열한 전장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싸운 영웅"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전후에도 한국전 참전용사회 조지아주 레이 데이비스 챕터 회장을 맡아 한미 우호 증진과 6·25전쟁 관련 기념사업을 활발히 이어오며 양국의 동맹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고인의 열정과 숭고한 헌신을 기리고, 미래 세대까지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유가족의 평안도 기원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권 장관의 조전은 장례식 당일 조화와 함께 유족에게 전달됐다. 고인이 활동했던 조지아주 레이 데이비스 챕터는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해병대 장군 레이먼드 데이비스의 이름을 딴 지부로, 조지아 지역 참전용사 활동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예배 중에는 피셔 한국전 참전용사회 부회장과 고인의 아들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차남 커트 보드 씨는 "아버지는 '한국전 참전용사'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항상 쓰고 다니셨다"며, "그 문구는 단지 직함이 아닌, 아버지 삶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는 한인 커뮤니티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셨고, 참전용사로서의 정체성과 사명감을 삶의 중심에 두고 계셨다. 가족 모두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례식 후 교회 내 식당에서는 조촐한 추모 오찬이 진행됐으며, 유족의 뜻에 따라 조화 대신 '터널 투 타워스(Tunnel to Towers)' 재단에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가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노먼 보드 회장의 용기와 헌신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가능하게 했다"며 "그의 희생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한편 노먼 보드 회장은 1932년 1월 4일 미국 버지니아에서 태어났다. 1949년 고등학교 재학 중 미 해병대 예비군에 입대해 군인의 길에 들어섰고, 한국전쟁 발발 직후 미 해병 제1사단 소속으로 참전했다. 그는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한 속에서 벌어진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의 야간 공세를 막아내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생전에는 "그 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후 흥남철수 작전에 참여해 철수 임무를 완수했고, 부산항에서 부모에게 생존 소식을 전하기 위해 군수품을 팔아 전보료를 마련했다. 해당 전보는 1950년 크리스마스에 가족에게 전달돼 지금까지도 소중히 보관되고 있다.

전역 후에는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회 레이먼드 G. 데이비스 지부에서 활동하며 참전용사의 명예를 지키고 후배 세대에 전쟁의 의미를 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노먼 보드 회장은 지난 7월 29일 오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지아주 에모리 세인트 조셉 병원에서 향년 93세로 영면했다. 그의 삶은 한국과 미국 양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헌신의 여정으로 남았으며, 그 희생과 정신은 양국 국민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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