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선 산업의 위기, 한미 협력으로 돌파구 찾을까

수리 지연과 인력 부족으로 드러난 해군 전력 공백… 트럼프 행정부, ‘마스가’ 내세우며 한국과 협력 강화 시도
USS 헬레나호 잠수함. ⓒwiki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조선 산업 협력을 핵심 의제로 내세운 데는 자국 해군력 유지에 대한 구조적 위기의식이 반영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통해 양국 간 조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이는 단순한 건조를 넘어 수리 및 유지보수(IMR) 분야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군 작전력 약화의 실상

최근 미국 조선 산업은 위기를 넘어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미 해군 잠수함 USS 헬레나를 수리하던 중 감전사한 소나 기술자 티모시 샌더스의 사례를 보도하며, 이 사건이 조선 산업 전반의 쇠퇴를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헬레나는 지난 6년간 수리에만 매달리다 사고 후 결국 퇴역했다.

이 사건은 단지 인재가 아니라 미국 해군이 처한 만성적인 수리 지연, 인력 부족, 노후화된 설비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로 분석된다. 최근 몇 년간 해군 수상함의 약 3분의 1이 정비 일정을 맞추지 못했고, 전체 함정의 3분의 2 이상이 지연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정밀한 정비가 필요한 잠수함과 항공모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잠수함 USS 보이시는 12억 달러를 투입하고도 2029년까지 전력에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무려 14년간 전력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수리 지연이 반복되면, 해상 작전 가용성이 심각하게 저하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병목 현상과 시스템 붕괴

1980년대 미 해군은 약 600척의 함정을 보유했지만, 현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5척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정비 역량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과거 냉전 이후 미국은 공공 조선소의 수를 절반으로 줄였고, 그 결과로 수리 능력 자체가 축소됐다.

숙련 기술 인력의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일부 조선소의 용접공 급여는 패스트푸드점과 큰 차이가 없어 인력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경험 부족이 사고 증가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며, 전체 수리 작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해군이 보유한 드라이독 수는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노후화돼 활용도가 떨어진다. 이는 정비 지연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안보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해군 전력 공백이 안보 위협으로

전문가들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해상 분쟁이 벌어질 경우, 수리 지연으로 작전에 투입될 수 없는 함정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미국 동부 해안에 배치됐던 6척의 항공모함 중 5척이 정박 상태였고, 작전에 투입된 USS 에이브러햄 링컨은 295일간 중동에 배치돼 있었다. 이는 대체 함정의 전기적 문제로 인해 수리가 지연됐기 때문이었다.

USS 헬레나의 경우는 이러한 해군 전략 붕괴의 상징으로 꼽힌다. 1986년 진수된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 헬레나는 2년마다 6개월간의 정기 정비를 받아야 했으나, 2010년대부터 해군은 항공모함 수리에 집중하면서 잠수함 정비를 후순위로 미뤘다. 2016년 헬레나는 버지니아주의 민간 조선소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HII)로 보내졌으나, 기술력 부족으로 작업은 수년간 지연됐고, 결국 지난달 퇴역 처리됐다.

허드슨 연구소의 해군 전문가 브라이언 클라크는 "장기간의 수리는 결국 시간과 예산의 낭비로 이어지며, 해군 전략의 유연성을 약화시킨다"고 평가했다.

◈한미 협력의 새로운 전기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강조했다. '마스가(MASGA)'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조선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미국 조선 산업 재건에 나서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단순한 건조를 넘어, 수리 및 유지관리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 해군의 수리 역량을 단기간에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양국 간 협력이 실질적으로 성사된다면, 미국 해군 전력의 회복은 물론, 한미동맹의 전략적 시너지 또한 크게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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