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장관, 대북 접촉 제한 지침 폐기… “이상주의적 접근” 논란 확산

통일부, 안보 우려 속 ‘접촉 전면 허용’ 정책 드라이브… 보안 공백 우려 속 신중론 제기
정동영 통일부 장관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민간인의 북한 주민 접촉을 제한해 오던 내부 지침을 전격 폐기했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접촉 전면 허용' 기조에 발맞춘 결정으로, 대북 교류 활성화를 앞세운 행보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안보 공백 우려가 제기되며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 장관은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주민 접촉신고 지침을 전날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북 접촉 신고 수리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부 지침이 있었는데, 이를 없앤 것"이라며 폐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기존 법률적 근거와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국가안보나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통일부 장관이 민간인의 대북 접촉 신고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통일부는 지난해 6월, 접촉 당사자가 공작원일 가능성이 있는 경우 등 수리 거부 요건을 명시한 내부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그동안 해당 기준은 안보상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기준이 폐기됨에 따라, 앞으로 접촉 신고 수리 과정에서 통일부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지고 결과적으로 안보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국민주권정부는 우리 국민을 신뢰한다"며 "자유로운 접촉에서 상호 이해가 형성되고, 그것이 공존으로 이어진다는 철학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안보 현실보다는 이상적 가치에 치우친 판단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 장관은 이어 현행 접촉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밝히며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민간의 북한 주민 접촉 문턱을 대폭 낮추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정 장관은 다음 주 열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8월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을지자유의방패(UFS)' 조정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서 UFS가 남북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훈련 조정을 직접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UFS는 이미 수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시행 단계에 돌입한 상황으로, 이제 와서 조정을 논의하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은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번 통일부의 일련의 결정은 북한과의 교류 확대라는 이상적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지만, 실질적 안보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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