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마지막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각각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15%까지 낮춘 상황에서, 우리 정부 역시 한국 기업이 불리한 조건에 놓이지 않도록 반드시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각오다.
2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미국 측 협상 상대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일정을 따라 최근 스코틀랜드를 방문했다. 지난 24일 진행된 1차 회담에 이어, 25일에는 러트닉 장관의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조선,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 분야의 협력을 제안하며, 특히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러트닉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하면서 협상은 일시 중단됐다. 이에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곧바로 유럽행 비행기에 탑승해 현지에서 다시 협상에 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연합과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무역합의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러트닉 장관은 이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저녁 식사 후에도 우리를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날아왔다"며 "그들이 얼마나 협상을 성사시키고 싶은지 보라"고 말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협상 마무리를 위해 미국으로 곧장 복귀할 계획이다.
한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미국 재무장관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이날 방미길에 올랐다. 구 부총리는 현지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며, 당초 지난 24일 예정됐던 회담은 연기돼 31일로 재조정됐다.
정부가 이처럼 숨 가쁜 일정을 감수하면서까지 통상 협상에 전념하는 이유는, EU와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선제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반면, 한국이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달 말까지 미국과 무역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8월 1일부터 대미 수출품에 대해 최대 25%의 상호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347억 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액(1278억 달러)의 약 27%를 차지하며, 전체 자동차 수출액(683억 달러)의 절반 이상이 미국 시장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일본과 EU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며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우리 기업이 역차별 받지 않도록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호 호혜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략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대미 수출 기반을 지키기 위한 협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현지에 머물며 미국 측과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