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충격… 현지 생산 확대 속 국내 산업 흔들

관세 부담에 맞서 미국 공장 증설 가속… 국내 부품업체와 지역 경제는 타격 우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수출선적부두 전경. ⓒ현대자동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품목별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은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대응에 나섰지만, 이로 인해 국내 생산 축소와 그에 따른 지역 경제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27일 발표한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한국GM은 지난해 총 29개 모델, 148만 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는 54.3%, 기아는 37.5%, 한국GM은 무려 84.4%에 달하는 수출 비중을 기록했다. 이는 이들 기업이 미국 시장에 상당히 높은 의존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품업계 역시 대미 수출 의존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1년 30.3%에서 시작된 수출 비중은 2024년 기준 36.5%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관세 부과는 제품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국내 제조업체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에서 1,000만 원에 생산하던 차량을 미국에서는 1,250만 원에 팔아야 한다. 문제는 동일 차종을 현지에서 1,000만 원에 판매하는 상황에서, 수입차가 더 비싼 가격에 팔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당초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생산업체와 유통망이 부담을 나눠 감내해왔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세 부과는 기업들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품 가격을 소폭 인상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트럼프 행정부 4년간 약 2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를 결정했으며, 현재 연간 70만 대 수준인 생산능력을 120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6만 대), 기아 조지아 공장(34만 대),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 전기차 전용 공장(50만 대)을 통해 전체 대미 수출 물량의 절반 이상을 현지 생산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성공해,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 처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는 국내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파급 효과는 자동차 부품사와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울산에서는 152만 대 중 57만 대(37.2%)가 미국으로 수출됐고, 경기(35.4%), 광주(27.4%), 충남(16.5%) 등 주요 지역도 높은 수출 의존도를 보였다. 특히 경남의 경우 18만 대 생산에 20만 대를 수출하며 110%의 수출 비중을 기록했다.
국내 생산이 줄어들 경우 2~3차 협력업체들은 물론, 해당 지역의 고용과 소비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구조조정이 아닌,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여하는 2+2 한미 고위급 협상을 추진했지만, 미국 측의 일정 취소로 회담은 연기된 상태다. 한국은 조선업 협력과 미국 내 투자 확대를 협상 카드로 제시했지만, 미국이 이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이 8월 1일 이전에 상호관세 관련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은 대미 수출 감소라는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기업들의 이윤 감소뿐 아니라 부품업체, 지역 경제까지 연쇄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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