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박사, 북한 음식으로 인권 증언한 영문 신간 출간

“한 끼의 식사에 담긴 생존과 기억”… 북한 주민 고통을 세계에 알리는 증언록
탈북 여성 1호 박사로 알려진 이애란 박사가 17일 자신의 영문 신간 'ONE MEAL, ONE MEMORY - The Taste of Survival in North Korean Cuisine(한 끼 한 기억, 북한 요리 속 생존의 맛)'에 대해 소개했다. 이 박사가 자신의 신간을 들고 보여주는 모습. ⓒ뉴시스

탈북 여성 1호 박사로 알려진 이애란 박사가 북한 음식에 담긴 생존의 기억과 인권 현실을 담아낸 영문 신간 『ONE MEAL, ONE MEMORY - The Taste of Survival in North Korean Cuisine』을 출간했다. 그는 최근 서울외신기자클럽 주관 행사에서 책의 내용을 소개하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삶의 단면을 국제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취지를 밝혔다.

이 박사는 “이 책은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쟁의 기록이며,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28년을 살아보니, 오히려 지금 더 북한 주민의 현실이 실감된다”고 밝혔다.

그는 평양에서 태어나 10세 때 가족과 함께 ‘월남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양강도 삼수군 관동리로 강제 추방됐다. 당시를 떠올리며 “새학기 첫날 저녁, 집 안은 장어튀김 냄새로 가득했던 행복한 순간이었지만, 보위부 요원들이 들이닥치면서 밥상은 눈물로 뒤덮였다”고 회상했다. 이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제 이주된 산골 혁명화 구역에서의 삶은 극한의 생존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석유에 절인 밀가루 죽으로 허기를 달래고, 약초를 캐며 강제 노동에 내몰렸으며, 소고기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공개처형이 벌어지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를 지탱하게 한 것은 바로 '음식'이었다. 대장염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순간, 그를 살린 것은 외할머니가 해준 수수범벅이었다. 그는 "그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외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기억이었고, 그것이 나를 살렸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음식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한 끼 식사에 담긴 생존의 본질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억압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했던 삶의 흔적들이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환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의 짧은 만남을 언급하며, “그의 평양 방문을 더 강하게 말리지 못한 죄책감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웜비어는 2015년 12월 북한을 여행하던 중 체포돼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후 엿새 만에 사망했다.

이 박사는 이 책이 단지 개인적인 회고록을 넘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가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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