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제기된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약 10년 가까이 이어졌던 법적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오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회장이 처음 기소된 것은 2020년 9월로, 약 4년 10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무죄가 최종 확정된 셈이다.
핵심 쟁점은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었다.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 회장은,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06%를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게 됐다.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책정돼 논란이 일었고, 검찰은 이 회장이 본인의 경영권 강화를 목적으로 이를 불공정하게 설계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특히 삼성그룹 내부 문건인 '프로젝트 G'를 근거로, 그룹 차원에서 이 회장의 승계를 위해 계획적으로 합병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회장 측은 해당 합병이 미래 성장을 위한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었다며 위법성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1심 재판부는 삼성 임직원 12명과 삼정회계법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 보기 어렵고,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다"며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새롭게 쟁점으로 부상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회계 처리한 것이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회계 처리 변경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분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합병 추진 과정에서의 일련의 계획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적법한 전략이며, 주주 설명자료 등이 허위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전면 기각했다. 더불어 "검사의 항소 이유는 법리적 오류가 없다"고 명시하며 검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2월 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열고 상고를 결정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적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원심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넘지 않았고, 자본시장법 위반죄의 법리를 오해한 바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치열한 심리 끝에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사법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이재용 회장은 10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고, 삼성그룹 역시 경영 안정성과 전략 추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향후 이 회장이 글로벌 사업 재편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