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화 흐름 속 기독교의 ‘참된 영성’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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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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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성 목사, 美 퓨리서치 최근 조사 인용해 한국교회 상황 진단

이춘성 목사 ©한기윤 제공
미국의 저명한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 Center)는 지난 6월 9일 발표한 조사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세계 종교 지형의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힌두교인의 99%, 불교인의 98%, 무슬림의 59%가 이 지역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전 세계 무종교인의 78%가 이곳에 몰려 있어 ‘가장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면서도 가장 무종교적인 지역’이라는 모순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한기연) 이춘성 박사는 이 연구를 근거로 한국은 무종교인 증가 속도가 특히 빠르다고 지적했다. 그가 8일 한기연 홈페이지에 올린 ‘한국은 아시아에서 무종교인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나라다’라는 제목의 칼럼에 따르면, 퓨리서치 조사에서 아시아권 나라 중 한국의 최근 무종교인 증가율이 6.9%로 베트남(5.5%), 일본(5.3%)보다 높았다. 이미 2023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의 조사에서도 한국인의 종교인 비율은 36.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무종교인은 과반을 넘어 60%에 달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예배와 모임으로 인한 일시적 결과로 해석하지만, 이춘성 박사 “한국 사회의 세속화는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어 왔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성 종교의 공적 영향력은 점차 약화되고, 신앙은 점점 개인의 내밀한 차원으로 옮겨가면서 ‘개인화된 영성(individualized spirituality)’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종교적이지 않지만 영적인)’라는 현상으로 포착된다. 이춘성 박사는 “현대인은 더 이상 교리와 전통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 교회에만 머물지 않고, 개인의 체험과 만족을 중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영성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단월드, 마음수련, 선 수행, 요가, 템플스테이, 타로카페 등 다양한 형태의 ‘비종교적 영성’이 한국 사회에 이미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와 맞물려 교회 밖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 현상 또한 단순한 교회 실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SBNR 영성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춘성 박사는 “교회 강단과 신학교 강의실에서 사용되는 ‘영성(Spirituality)’이라는 단어를 성도들은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며, “기독교 신앙의 교리, 예배, 신비적 체험이 서로 분리되어 버린 것이 한국교회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그는 “세속화의 흐름 속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통합되고, 신비와 합리성이 함께하는 기독교의 ‘참된 영성(True Spirituality)’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