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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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목사(세인트하우스평택)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주말 내내 미뤄뒀던 <오징어 게임 시즌3>를 정주행했다. 시즌1의 충격과 몰입감은 여전했지만, 시즌2는 줄거리가 흐릿해 건너뛰며 다시 시청했다. 기억을 되살려야 했다. 시즌3 초반은 긴장감이 덜했지만, 후반부 본격 게임이 시작되자 시즌1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잔혹해졌다. 이토록 비인간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징어 게임은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456억 원 상금을 두고 한국 전통놀이를 기반으로 한 치명적인 생존 게임에 참가하는 이야기다. 탈락자는 곧바로 죽음을 맞는다.

시즌1은 전 세계에서 폭발적 호평을 받았다. 창의적 스토리와 강렬한 연출,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로 전례 없는 반향을 일으켰다. 제74회 에미상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주요 부문 수상을 했고, 미국 배우조합상과 골든글로브 등에서도 쾌거를 거뒀다.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로튼 토마토는 “창의적이고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대담한 작품”이라 평했고, 뉴욕타임스는 “자본주의와 생존 경쟁의 어두운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한국 문화의 디테일과 글로벌 테마를 결합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고 극찬했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온 국민에게 한국 드라마의 위상을 일깨워 주며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시즌2와 시즌3가 공개되자 평가가 달라졌다. 시즌3는 마지막을 향해 긴장감 넘치는 연출과 캐릭터 간의 감정 대결, 시리즈 전체를 꿰는 서사적 마무리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반복된 전개 구조, 캐릭터 개연성 부족, 과도한 폭력성, CGI 품질 논란으로 비판도 컸다. 일부 시청자와 평론가는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국내 언론의 평가도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로 갈라졌다. “K-드라마의 전환점으로 자본주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은 걸작”(중앙일보),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적 흥행을 이뤄낸 사례”(서울경제), “탄탄한 각본과 몰입감으로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파급력을 입증했다”(한겨레)였다.

그러나 부정적 평가는 “과도한 폭력성과 잔혹한 연출로 불쾌감을 준다”(조선일보), “중후반 긴장감이 떨어진다”(동아일보), “자극적 설정에 의존한 듯하다”(매일경제)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필자는 오징어 게임이 우리 사회에 남긴 그늘을 우려한다. 첫째는 폭력성이다. 살인 장면은 갈수록 자극적으로 묘사돼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계를 넘는 잔혹한 장면은 처참하다 못해 끔찍했다.

둘째는 요행성이다. 정상적 노력으로는 탈출할 수 없는 현실에 몰린 인물들이 목숨을 걸고 요행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셋째는 비인간성이다. 자본 권력자들이 사람의 목숨을 장난감 삼아 게임을 벌이는 모습은 인간성에 대한 극단적 절망을 전한다.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 상상력은 충격적이고 기괴하다.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우리 정신세계에 스며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무의식 중에 폭력과 비인간성을 용인하는 사회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건강한 문화적 자정 능력이 필요하다.

로마제국의 종말처럼 사회적 퇴행으로 치닫지 않도록, 절망이 아닌 희망을 담은 신선한 콘텐츠의 등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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