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전 한국 땅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들어온 언더우드 선교사와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서울 정동 일대에 처음 자리 잡았던 역사가 표지석으로 되살아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총회장 김영걸 목사)는 서울 중구 예원학교 인근 옛 미국 북장로회 스테이션 터에 장로교 발상지 표지석을 설치하기로 하고 최근 행정 절차를 본격화했다.
서울 정동은 한국 장로교회의 초기 선교 활동의 중심지로, 1885년 언더우드 선교사를 비롯해 헤론, 마펫, 앨런 등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머물렀던 사택과 학교, 교회가 모여 있던 곳이다. 이곳에서 언더우드는 새문안교회와 경신학교의 모태가 되는 예배와 교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의 건물이 사라져 터만 남아 있어, 장로교 선교의 시작을 기억할 만한 표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이번 표지석 설치는 평양노회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가 정동 일대를 탐방하다가 장로교회의 뿌리를 알릴 마땅한 표지가 없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겨 노회에 제안했고, 총회 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며 본격화됐다. 현재 예장통합 총회는 서울 중구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위치와 문안, 디자인 등이 확정되는 대로 설치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표지석은 감리교·성공회·구세군 등 다른 교단 건축물이 비교적 잘 보존돼 표지판과 안내가 설치된 것과 달리, 장로교 발상지는 상징물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동에는 여전히 정동제일교회, 배재학당, 이화학당, 성공회성당 등 한국 개신교 선교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유산이 남아 있어 장로교회도 역사적 뿌리를 함께 알리자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표지석은 언더우드가 거주하며 학생을 가르치고 예배를 시작했던 예원학교 부지와 덕수궁 중명전 인근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중명전은 의료선교사 알렌이 머물며 선교를 시작한 곳으로, 정동여학당이 자리 잡았던 곳이기도 하다. 예원학교 북쪽에는 한반도 최초의 세례식이 열린 헤론 선교사의 집터와 마펫의 사택 터가 위치해 있어, 역사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예장통합 총회는 앞으로 표지석을 통해 장로교회의 선교 정체성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정동 일대를 찾는 이들에게 한국 교회 선교 역사의 출발점을 알리는 신앙 교육의 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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