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현장 정착 미흡… 교사의 86% “여건 부족에도 희생으로 유지 중”

교총 설문조사 결과 발표… 과중한 업무와 제도 미비 지적, 폐지 주장도 제기돼
과거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폐지 촉구 위한 교사 서명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던 모습. ©뉴시스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제도가 학교 현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는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4일 전국 고등학교 교사 1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응답자의 86.8%가 제도 정착이 미흡하거나 폐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제도 운영 실태와 관련해 "여러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교원들의 희생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는 응답이 54.9%로 가장 많았으며, "폐지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유지가 어렵다"는 의견도 31.9%에 달했다. 반면 "비교적 정착되고 있다"는 응답은 10.5%, "안정적으로 정착됐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과목 선택권 확대에 따라 교사들의 수업 부담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과목 수는 3과목이라는 응답이 29.5%로 가장 많았고, 4과목 5.9%, 5과목 이상은 1.7%였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했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학생부 기재 부담'(72.2%)이 꼽혔으며, 이어 '수업 준비 및 업무 부담'(63.5%), '시험문제 출제 부담'(43.8%) 순이었다.

제도의 정상 운영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로는 '최소성취수준 보장 제도 전면 재검토'(82.1%)가 1순위로 지목됐다. 그 밖에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부담 완화'(66.4%), '다과목 개설을 위한 대폭적인 교원 증원'(55.7%), '출결 처리 등 NEIS 시스템 보완'(51.5%) 등의 의견이 뒤를 이었다.

고교학점제와 대입제도의 연계 방향에 대해서도 교사들의 의견은 갈렸다. 성취평가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긍정 응답은 20.5%에 불과했으며, "내신 무력화와 고교서열화 등 부작용이 우려돼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 응답은 47.7%에 달했다. "교육당국이 평가 결과를 모니터링한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25.7%로 나타났다.

또한, 2028학년도 수능에서 국어·수학·탐구영역의 선택과목이 폐지된 것에 대해서는 과반인 59.9%가 반대했다. 이들은 "수능에 배제된 과목의 정상 수업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으며, 반면 "선택과목 폐지가 학생의 다양한 과목 선택을 저해하므로 통합형 변경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8.4%였다.

대입 전형별(수시·정시·논술) 모집 시기를 고3 2학기 말로 통일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수업의 정상 운영과 확정된 성적 기반 전형 진행이 가능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49.8%, '입시지도 시간 확보가 어려워 반대한다'는 응답은 41.9%였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준비가 부족한 고교학점제는 교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이는 결국 학생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교육부는 현장의 실태를 반영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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