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도 고통 느껴… 생명 보호 위해 낙태죄 조속 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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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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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낙태죄 개정안 입법을 위한 세미나’ 개최
참석자들이 단체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노형구 기자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회장 이상원 박사)가 19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소재 엘벨엘교회에서 ‘낙태죄 개정안 입법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와 연취현 변호사(법무법인 와이 대표)가 나섰다. 먼저 이 교수는 “고대 그리스 사회는 태아를 인간으로 보지 않아 낙태를 살인으로 보지 않았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주류 철학자들은 낙태를 옹호했다”며 “국가적 공리주의 원리에 따라 개인은 국가를 위해 존재했고, 인구 2-3만 명의 작은 도시국가로서 인구 과잉 현상에 따른 가난의 초래를 우려해 낙태를 통해 인구를 조절했다”고 했다.

이어 “로마 공화정 시대엔 태아에 대한 보호 규정이 없었다. 간음 등 타락한 성관계의 횡행으로 전 계층에서 낙태가 폭증했고 실례로 도미티안 황제도 질녀 율리아의 낙태를 종용했다”며 “로마 그리스 시대는 전반적으로 태아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고, 낙태 찬·반 여부도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가 기준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대 사회의 낙태관은 대체로 고의적 낙태는 반대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말한 구약성경의 영향 탓이기도 했다”며 “초대교부들은 성경적 가르침에 근거해 태아는 인간이며 고의적 낙태는 살인 행위임을 분명히 밝혔다. 주후 1세기 말-2세기 초 신앙교육서인 ‘디다케’는 유아 살해와 낙태를 성도들이 행해선 안 되는 행위로 규정했다”고 했다.

또한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는 낙태된 유아는 천사의 돌봄을 받고 낙태를 행한 부모는 처벌을 받는다고 주장했다”며 “태아는 영혼을 가진 살아있는 인간으로 봤다. 왜냐면 눅 1:41의 ‘복중에서 뛰노는지라’는 구절로 천사가 잉태의 순간에 영혼을 자궁 속에 넣어 준다고 봤다”고 했다.

아울러 “제롬은 당대 횡행했던 낙태에 대해 비판했다. 크리소스톰은 단호하게 낙태를 성적 불륜과 연관시키면서 살인보다 더 악한 행위로 봤다”며 “초대 교부들의 지속적인 입장 발표로 결국 로마사회에서 낙태처벌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미국에서도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인해 낙태가 횡행하게 되면서 기독교인들이 50년 이상을 기도하며 꾸준하게 태아도 인간이며, 낙태는 살인 행위라고 주장한 결과 마침내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돕스 대 잭슨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태아생명을 위한 일관된 목소리를 낼 때 대한민국에서도 태아생명 보호를 위한 법률과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연취현 변호사, 이상원 교수, 이명진 원장, 이재욱 목사, 홍순철 교수.©노형구 기자

이어진 발제에서 연취현 변호사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며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결정을 내렸지만 동시에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적 중요성도 인정했다”고 했다.

연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입법공백을 방비할 것을 입법부에 주문했으나 현재까지 관련 법률이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사회적 혼란 ▲낙태를 강요당하는 여성들의 증가 ▲불법 낙태약 유통과 부작용 발생 ▲태아 사체 관리의 문제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연 변호사는 “태아의 생명권은 헌법에 규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문도 태아도 생명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삽입했고, 비상식이 만연한 이 시대에 태아를 비롯한 모든 인간의 존재 보호를 위해서라도 헌법에 생명권이 명시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문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가 허용되지 않기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서 낙태를 허용할 수도 있음을 명시했다”며 “이런 판결이 당대 도덕과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면, 사회적으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동의 기준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임을 반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도덕적 해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낙태죄 개정안 입법 공백에 따른 피해를 막으려면 낙태죄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연 변호사는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낙태죄에 대해선 임신 10주 초과 태아의 낙태를 처벌하되 예외적 허용 사유를 규정하고, 임신 10주 이하 태아의 낙태에 대해선 처벌을 완화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모자보건법 제14조(임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는 다음과 같이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1항 1호의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산모의 낙태 허용’ 관련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신학교에 강연을 갔었는데 한 신학생이 제게 장애아로 판명된다면 아이를 낳아 키우라는 것은 강요 아닌가라고 되물었다”며 “사견으로 모자모건법 14조 1항 1호를 삭제하려면 국가의 장애아 양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 임신·출산·양육 관련 경제적 지원 확대, 육아시설 확충 및 접근성 강화,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며 “미혼부 등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양육책임법’ 제정, 임신·출산·양육 과정에서의 남성 참여 확대, 생명존중 교육 강화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교회 안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하고 만일 낙태를 했다면 진실로 회개를 유도하는 강단에서의 선포가 필요하다”며 “이런 선포가 점점 확산될 때 대한민국의 도덕성이 태아 생명을 보호하는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에서 홍순철 고려대 의과대학 산부인과학 교수는 “의학적 입장으로 태아는 사람이다. 임신 12주차의 태아는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발달돼 팔다리 운동도 한다”며 “낙태 지지자들은 태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 나머지 낙태를 하자고 주장하지만, 태아는 낙태의 고통을 온전히 느끼며 비명을 삼키고 죽는다”고 했다.

그는 “모자보건법이 개정돼야 하는 부분으로 첫째, 태아를 모자보건법의 보호 대상으로 상정해야 한다. 둘째, 낙태 허용한계 재규정 및 형법으로 이관해야 한다. 셋째, 고위험임산부 지원 및 임신 출산 관련 국가소송을 지원해야 한다. 넷째, 가족계획을 주도한 인구보건복지협회를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낙태 반대 3대 원칙으로 ▲모든 생명은 보호▲상업주의 배격 낙태의 돈벌이 반대 ▲의료진이 양심에 반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선 안 된다고 내세웠다”고 했다.

홍 교수는 “출애굽기 1장 15-21절에서 히브리 산파는 하나님을 경외하며 바로의 명령을 어겨 결국 위대한 유대인 지도자로 성장할 모세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우리 기독교인들도 세상의 법보다 하나님의 명령을 중히 여겨 태아 생명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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