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회장 정원래)가 최근 서울 서초구 소재 고신총회회관에서 제14차 신진학자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박봉일 박사(총신개혁신학연구센터)가 ‘교회의 이해에 대한 존 칼빈(1509-1564)과 후안 말도나도(Juan Maldonado, 1533-1583)의 예레미야서 성경해석 비교 연구’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 존 칼빈과 예레미야서 성경해석
박 박사는 “칼빈의 시편 주석 서문에 따르면 칼빈은 ‘갑작스러운 회심’을 경험한 후, 조국 프랑스를 떠나 제네바에서 종교적 난민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며 “시간이 지나 사역이 안정된 1555년 이후에는 프랑스 개신교도들이 개혁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그들을 돕는 일에 집중하였다”고 했다.
이어 “칼빈에게 가톨릭 교회는 여로보암 시대의 이스라엘보다 더 나쁘고, 아합 시대의 이스라엘과 같았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더 이상 진리를 발견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가톨릭 교회에 대한 비판은 기독교강요 4.2.2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톨릭 교회는 참된 말씀이 사라지고, 성례가 변질되고, 공적인 예배가 우상숭배로 가득하여 불경건한 학교처럼 변질되어 있었다. 이러한 그의 비판은 예레미야 성경해석에서도 자주 언급된다”고 했다.
◆ 말도나도와 칼빈의 교회에 대한 견해 비교
그리고 그는 “16세기 교회를 개혁했던 칼빈과 같은 시대에 신교도들에 반대하며 가톨릭 교회의 신학을 변증했던 가톨릭 신학자 말도나도의 교회에 관한 견해를 예레미야서 해석을 통하여 분석하고 비교했다”며 “먼저, 칼빈은 예레미야서를 목회적이고 교육적으로 해석하지만, 말도나도는 신학적이고 학문적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이어 “말도나도는 예레미야에서 나타나는 새 언약을 옛 언약과 비교하여 그 의미를 분명하게 설명하지만, 칼빈과 다르게 이를 당시 교회의 상황과 연결하지는 않는다”며 “그는 성경해석을 교회에 적용하기보다는 주로 성경 본문의 내용에 집중하여 해석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가톨릭 교회의 교리를 강조한다. 말도나도는 교회를 섬기는 목사이기 전에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수이며 신학자였다. 이는 교수이면서 동시에 한 교회의 목사로 살았던 칼빈과 분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라며 “이는 서로 다른 삶의 자리(Sitz im Leben)가 그들의 성경해석에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을 잘 설명해 준다”고 했다.
박 박사는 “둘째로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두 신학자의 입장도 차이를 보인다”며 “말도나도는 새 언약 아래에서는 하나님의 뜻이 잘 드러난다고 주장하면서 칼빈주의자들이 성경을 해석하고 가르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또한 칼빈주의자들의 성경해석에 신학적으로 많은 오류들이 발견된다고 지적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칼빈은 예배 중에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또한 그는 가톨릭 교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교회의 전통과 예배의 외형적이고 형식적인 모습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셋째로 두 신학자는 교회와 성도들의 회개 문제에 대해서 첨예하게 대립하였다”며 “칼빈은 믿는 자들이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회개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신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말도나도는 성도들의 회개에 하나님의 능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본인들의 죄악을 깨닫고 하나님께로 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말도나도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면서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넷째로 말도나도는 교회의 직분자들에 대해 말할 때, 말씀을 증거하는 직분자 이외에 다른 직분은 언급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하나님의 도구로 자기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만을 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칼빈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칼빈에 따르면 실제 가톨릭 직분자들의 모습은 이와 다르게 드러난다. 왜냐하면 가톨릭 예배에서는 하나님의 말씀뿐만이 아니라 교회의 전통과 교부들의 사상들이 주로 섞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다섯째로 두 신학자의 교회에 대한 이해 중에 가장 큰 차이는 교회의 타락과 회복에 대한 견해에서 나타난다”며 “칼빈은 가톨릭 교회의 죄악을 당시 교회의 주된 타락으로 여기지만, 말도나도는 교회의 타락은 칼빈주의자들과 같은 신교도들이 가톨릭 교회는 떠난 것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타락한 교회의 회복 방법과 방향에서도 첨예한 차이를 보이는데, 말도나도는 하나님이 남겨둔 자들이 가톨릭 교회로 다시 돌아와 속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단의 무리 특히 칼빈주의자들이 다시 가톨릭 교회에 돌아오는 것을 회복이라 여겼다”며 “이는 칼빈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 칼빈은 참된 성도들은 바벨론과 같은 가톨릭 교회에서 개혁교회로 돌아온 자들이라 주장한다. 이를 설명하면서 칼빈은 ‘남은 자들’이 하나님이 ‘선택한 자들’이라고 분명하게 제시한다”고 했다.
◆ 예레미야 성경해석에서 보이는 두 신학자의 차이점의 원인
박 박사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 속해 있던 말도나도는 칼빈의 사후(死後)에 주로 파리에서 활동한 신학자다. 그는 늘어나는 칼빈주의자들과 마주하며 가톨릭 교회의 교리를 가르치는 일에 헌신했던 인물”이라며 “그 이전에 칼빈은 거대한 종교적인 세력인 가톨릭 교회에 맞서 신앙을 지켜가는 신교도들을 가르치며 교회를 개혁하는 일에 헌신했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16세기의 교회 개혁이라는 소용돌이에 맞서 자신들의 교회와 신앙을 변증하고 지키려고 한 신학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러므로 시대적인 상황과 종교적인 배경의 영향으로 두 신학자의 성경해석에는 역사적이면서도 목회적인 문맥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둘의 성경해석은 차이를 보인다. 칼빈은 자신의 제네바 교회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인식하고 언약적인 관점으로 교회의 다양한 모습을 다루지만, 말도나도는 교회를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백성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주로 개신교도들의 해석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교회를 변호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칼빈뿐만 아니라 말도나도의 입장도 그들 각자가 처한 종교와 역사적인 문맥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예레미야 성경해석에서 보이는 두 신학자의 차이점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는 서로 다른 종교적이고 교회적인 배경이 그들의 성경해석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라며 “또 다른 하나는 그들이 각자의 삶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상황과 교회와 사역의 문맥 즉 ‘삶의 자리’에서 형성된 다른 형편들이 그들의 성경해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처럼 성경해석으로 교회에 대한 견해를 탐구하는 방법은 두 신학자가 신학적인 개념을 교리적인 의미로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나아가 성경해석 비교 연구는 해석자들의 지닌 역사적인 요인이 그들의 신학과 교리 형성에 주요한 요소이며, 이는 그들의 관계와 거리를 가늠해 보는 시금석이 되어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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