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학회(회장 채승희)가 최근 장로회신학대학교 소양주기철기념관에서 ‘위기 시대: 교회의 각성과 부흥’이라는 주제로 제164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양호 교수(연세대 명예교수)가 주제강연을 했다.
◆ 한국 사회의 위기와 제언
이양호 교수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인구 위기, 고령화, 범죄 증가, 국가 재정 악화, 도덕성 저하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편과 사회적 가치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 위기로 저출생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심에는 소득 불평등이 있다”며 “소득이 적은 계층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 해결책으로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편을 제안했다. 그는 “복지제도 전반을 손보되, 오직 하나의 개편된 기초생활보장제도만을 유지하고 나머지 복지제도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며 “이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더불어 “출산율이 높아질 경우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도 감소할 것이다. 출생아 수가 두 배로 늘면, 노인 부양 부담은 절반으로 줄어든다”며 “고령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은 출생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교수는 “국부 유출을 막으려면 상속세의 대폭적인 인하가 필요하며, 경제를 살리려면 법인세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며 “후손들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는 재정 흑자 운영 원칙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핵심 복지제도 외에는 과감히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범죄 문제에 대해 “한국 사회의 범죄율이 높은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수도권 과밀 현상”이라며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가 지나치게 몰려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긴장과 갈등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구를 전국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며 “이러한 정책 전환이 실현되면 범죄는 줄고, 지방은 되살아나며, 수도권의 삶의 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 한국 교회의 위기와 제언
종교적 위기와 관련해서는 한국 교회와 신앙 공동체의 근본적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종교적 위기, 교회적 위기의 시대다. 전체 국민 중 종교 인구는 37%에 불과하고, 20대 이하로 한정하면 19%에 불과하다”며 “다만, 20대 이하에서 개신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위안거리”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 교회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며 다섯 가지 실천적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먼저, 한국 교회는 천상에 대한 믿음, 내세에 대한 믿음을 다시 강조해야 한다”며 “현세 중심적 가치관을 넘어서 내세와 천국에 대한 소망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둘째로, 자기 부인의 삶을 다시 강조해야 한다”며 존 칼뱅의 사상을 인용하며 “그리스도인의 절정은 하나님과의 연합이며, 이 연합은 그리스도를 모방함으로 가능하다. 물질을 금욕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절제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셋째로,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을 다시 강조해야 한다”며 갈라디아서 5장 6절을 언급하며 “믿음은 사랑의 실천으로 드러나야 한다. 단순한 신앙 고백을 넘어서는 실천 중심의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또 “넷째로, 섬기는 삶을 다시 강조해야 한다”며 “교회가 권력과 명예를 좇는 것이 아니라, 섬김과 사랑으로 세상을 이끌어야 한다”며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는 겸손한 리더십을 교회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마지막 다섯째로, 나눔의 삶을 다시 강조해야 한다”며 칼뱅이 집사 제도를 통해 복지와 구제 활동을 장려한 예를 들며 “현대 교회도 물질 나눔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에 더 힘써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기후 위기, 핵전쟁 위기 등은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하는 문제지만, 인구 위기나 소득 불평등, 도덕적 해이는 우리 사회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도를 조금만 바꾸면 소득 불평등도 완화할 수 있고, 그것이 다시 인구, 재정, 범죄 등 사회 전반의 위기를 개선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또한, 한국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천상에 대한 명상, 자기 부정의 삶,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 섬기고 나누는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분과별 발표가 진행됐다. 두 개의 분과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발표에는 ▲김지인 교수(장신대)가 ‘연희요(年熙堯)의 『시학(視學)』(1735)에 나타난 중국적 적용에 관한 고찰’ ▲김선영 교수(실천신대)가 ‘지식의 생산, 유통, 수용·소비의 관점에서 본 루터의 프로테스탄트 개혁과 미디어 전략: 종교적 권위의 중심 이동 및 새로운 권위자들의 등장’ ▲장문강 교수(경희사이버대)가 ‘종교와 정치의 위기: 예수, 루터, 키에르케고르의 개혁과 돌파’ ▲김지혜 교수(장신대)가 ‘16세기 독일 여성 종교개혁자 아르굴라 폰 그룸바흐의 팸플릿 연구: 마르틴 루터와의 관계성과 영향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한편, 이날 학회는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의 지원으로 제정된 ‘마르틴 루터 학술상’ 시상식과 학회 증경회장인 박경수 교수의 장신대 제23대 총장 선임을 축하하는 시간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