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 1% 전망… 수출 부진·내수 침체 이중고

산업연구원, 교역 위축과 정치 불확실성 속 저성장 경고… 건설·소비·투자 모두 부진 전망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을 전망하고 있다. ©뉴시스

2025년 한국 경제가 대외 불확실성과 국내 소비 둔화에 따른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1% 내외의 저성장세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간 기준으로 1.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는 0.5%, 하반기에는 1.4% 수준의 성장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지난해 2.0% 성장률 대비 1.0%포인트(p) 낮은 수치다. 산업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가능성,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확대와 글로벌 교역 감소가 수출을 위축시킬 주요 변수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도 불구하고 내수 반등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수출 부진은 다양한 산업에서 감지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AI 반도체 수요가 견조해 일부 반도체·정보통신기기·조선·바이오헬스 부문은 수출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 시장의 수요 약화와 관세 리스크, 국제유가 하락 등에 따라 자동차 및 석유화학 분야 수출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지역별로도 수출 여건은 밝지 않다. 미국은 관세 정책 강화로 인해 2024년 기록적인 수출 실적 이후 급격한 반락이 예상되며,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의 여파로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줄어든 3302억 달러, 하반기에는 2.4% 줄어든 3404억 달러로 예상되며, 연간 수출액은 6706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입 역시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석탄 등 에너지 수입이 줄고, 수출 부진에 따른 중간재 수입 축소, 그리고 내수 경기 회복 지연이 겹치며 수입액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큰 감소폭을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줄어든 3104억 달러, 연간 수입액은 2.1% 감소한 6183억 달러로 전망됐다.

무역수지는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이 모두 감소하는 가운데에서도 수입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올해 연간 무역수지는 약 52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산업연구원은 밝혔다. 이는 지난해의 516억 달러 흑자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내수는 소비, 투자, 건설 등 전반에서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가계부채 부담 지속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1.0%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업황 호조세가 유지되면서 1.8%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으며, 이는 전년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반면 건설투자는 부동산 PF 부실의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간 건설투자는 -4.7%로 예상됐으며, 상반기 -7.6%, 하반기 -1.8%로 하락폭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경제의 경우에도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 갈등과 주요국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8%로 하향 조정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3.1%로 낮췄다. 산업연구원은 전 세계 GDP 성장률이 2.8% 내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환율 측면에서는 원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상반기에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에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수 있지만 수출 부진과 한미 금리차 확대 우려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는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약 1410원 내외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국제유가의 경우,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연장 등 공급 측 요인에도 불구하고 수요 둔화와 산유국들의 증산 기조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두바이유 기준 상반기 유가는 전년 동기 대비 13% 하락한 배럴당 72.4달러, 하반기에는 18.2% 하락한 62.2달러, 연간 기준으로는 15.5% 하락한 67.3달러로 예측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2025년 상반기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기였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 시사 등 예측하기 어려운 대외 변수들이 국내 경기 전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올 하반기에도 큰 흐름의 반전은 쉽지 않겠지만, 국내 대선 이후 일정한 정치적 안정세가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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