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0명 중 8명 사교육 받고, 4명은 스마트폰 과의존

사교육 증가·정신건강 악화·디지털 중독… 통계로 드러난 한국 청소년의 현재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앞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국내 초·중·고등학생 10명 가운데 8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10대 청소년의 40% 이상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함께 27일 발표한 ‘2024 청소년 통계’는 한국 청소년의 교육, 정신건강, 디지털 의존, 안전 인식 등 여러 방면에서의 현실을 수치로 보여줬다.

이번 통계는 통계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여러 부처의 자료를 토대로 구성됐다. 가정의 달을 맞아 발표된 이 통계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청소년 정책의 방향성을 되짚는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6세에서 21세 사이의 학령인구는 697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3.5%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13.8%)보다 0.3%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학령인구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감소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70년에는 현재의 절반 이하인 290만9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다문화 학생의 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2023년 기준 국내 다문화 학생은 19만3814명으로, 전년 대비 7% 늘어났다. 이는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다문화 가정 출신 학생의 비율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교육 현실을 들여다보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지난해 80.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78.5%보다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87.7%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도 각각 78.6%, 72.3%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었다. 학생 10명 중 8명이 학교 교육 외에도 별도의 교육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의 사교육 시간도 늘고 있다. 주당 평균 사교육 시간은 7.6시간으로, 2023년보다 0.3시간 증가했다. 사교육이 일상화되면서 아이들의 여가 시간은 줄고, 피로도는 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학생들의 정신적 부담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고등학생 가운데 평소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은 42.3%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보다 5%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청소년의 정서적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여전히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라는 사실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1.7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2011년 이후 줄곧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감당해야 하는 정신적 무게가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생명의 위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42.6%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보다 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중학생의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이 41.7%로 가장 높았으며, 고등학생은 41.4%, 초등학생은 37.3%로 조사됐다.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 시청, 게임, SNS 이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습 집중력 저하, 수면 부족, 충동 조절 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소년들의 일상 속 여가 시간도 분석됐다. 평일 기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여가 시간은 ‘12시간’이 24.1%로 가장 많았고, ‘23시간’(22.8%), ‘3~4시간’(16.9%), ‘5시간 이상’(14.4%) 순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과 학업으로 인해 여가 시간이 제한적인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여가 대부분을 소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도 낮은 수준이었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은 36.1%에 불과했다. 성별로 보면 남학생은 41.6%가 사회의 안전을 느낀다고 응답한 반면, 여학생은 30.5%로 크게 낮았다. 불안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남학생은 ‘국가안보’(19.7%)를, 여학생은 ‘범죄 발생’(33.6%)을 각각 1순위로 꼽았다.

이번 청소년 통계는 한국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청소년 문제의 복합성과 구조적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학령인구 감소, 사교육 증가, 정신건강 악화, 디지털 의존 심화, 그리고 사회 불안 인식까지, 이 같은 수치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청소년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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