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현보 목사 압수수색,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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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교회에 무단으로 들어가 압수 수색을 벌인 사태에 교계의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반민주적 폭거”라는 거다.

손 목사는 부산 교육감 재선거와 관련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지난달 1일 부산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됐다. 문제는 부산경찰청 반부패수사1계 형사들이 손 목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교회 안으로 무단으로 들어와 손 목사의 휴대전화 등 교회 자료들까지 압수해 갔다는 점이다.

손 목사가 받는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부산 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정승윤 후보를 교회로 불러 대담을 진행한 걸 선관위가 문제 삼은 것이다. 선관위는 손 목사가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사전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더라도 경찰이 교회 안에 들어와 담임목사실을 압수수색하고 목사의 휴대폰과 교회 서류까지 압수한 것이 과연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인지 의문이 든다. 성직자를 마치 사기범이나 잡범 취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당장 세계로교회 교인들이 비분강개한 모습이다. 교인들은 주일 오전 예배시간에 교육감 후보와 짧게 대담을 진행한 내용을 가지고 사전 선거운동이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씌운 것이 “일반 성도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억지 해석과 끼워맞추기”라는 반응이다.

교인들이 선관위의 고발과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반발하는 이유는 해당 대담 내용이 세계로교회 유튜브 채널에 모두 공개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내용도 담임목사로서 기독교 혹은 자녀 교육과 관련된 법률안들에 대해 기독교인들의 입장을 표현한 후, 교육감 후보의 입장이 어떤지 묻는 아주 상식적인 차원의 질의응답이었을 뿐 선거운동을 하거나 그걸 감출 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교인들은 아무리 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 하더라고 공권력이 교회에 무단으로 들어와 교회 내부 서류까지 모두 압수해 갈 수 있냐며 분개했다. 지난 13일 낸 성명에서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에도 교회와 담임목사를 대상으로 문서와 개인 정보, 통신 정보가 담긴 휴대전화와 같은 물건들을 가져가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듣도 보도 못한 “종교 탄압”이라고 했다. 또 “교회와 담임목사를 향한 무리한 압수 수색은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대한민국이 삼권 분립이 파괴된 히틀러의 총통제, 나치와 같은 최악의 독재국가로 치닫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가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공권력의 교회 침탈 행위에 대한 교계의 공분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는 지난 13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손 목사에 대한 경찰의 세계로교회 압수수색에 대해 헌법 제20조 정교분리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엄중한 사안이라며 “이는 일제강점기와 같은 강압적 폭거로써 종교시설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며, 자유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이기에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예자연이 손 목사에 대한 교회 내 압수수색을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규탄한 건 손 목사가 예배시간에 교육감 후보와 진행한 대담이 선거법 위반이 아닐뿐더러 형법상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주일 오전 2부 예배시간에 교회를 방문한 교육감 후보에게 평소처럼 설교 도중에 질의와 대답 형식의 대화를 나눴을 뿐 특정 후보를 찍으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은 또 압수수색 영장에 손 목사가 3월 23일 주일 설교 도중에 교인들에게 “4월 2일 날은 무슨 날입니까? 부산시 교육감 선거일이예요… 반드시 투표해야 합니다. 내가 누구를 찍으라고 하면 선거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이런 말 안 하잖아요”라고 말한 것이 명시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손 목사가 어떤 말을 하면 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것에 대해 “또 다른 의도나 목적이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할 것”이라고 했다.

예자연이 경찰 등 공권력이 손 목사를 무리한 방법, 즉 정치적으로 얽어매려 한다고 의심하는 배경엔 손 목사의 최근 행보가 포함돼 있다. 그가 12.3 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에서 ‘세이브코리아’ 대표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경찰이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다 ‘공직선거법’을 핑계로 정치 보복, 표적 수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게 합리적 의심의 근거다.

예자연은 이번 사태가 종교시설(교회당 내부 및 담임목사실)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헌법 제20조 ‘종교의 자유’ 위반과 ‘정교분리 원칙’ 위반 행위로 규정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과 교육감선거법(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과잉 해석 적용해 교회 담임목사실을 압수 수색한 경찰에 대해 “일제강점기에도 없던 한국교회사의 전무후무한 최악의 공권력 남용이자 최악의 인권침해 사례”라며 비판 수위를 높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경찰이 교회시설, 그것도 담임목사실까지 들어가 압수수색을 진행한 자체만으로도 공권력의 횡포이자 최악의 인권탄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상황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NCCK 등 교계가 벌떼처럼 일어나 문제 삼는 바람에 감히 경찰이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이 대통령도 탄핵되는 민주화 시대에 벌어지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 아닌가.

그보다 안타까운 건 이런 공권력의 과잉에 대해 해당 교회 교인들과 손 목사와 관련된 단체 등에서만 목소리를 낼 뿐 소속 교단에서조차 침묵하고 있는 점이다. 교단의 이런 무반응이 공권력을 집행하는 쪽에서 기독교는 함부로 해도 탈이 없다는 공공연한 인식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게 손 목사 혼자 감당하고 말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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