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둘러싸고 집중 심리를 진행한 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판결을 서둘러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이르면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다음 달 11일 이전에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2일 이 후보의 사건을 대법원 2부에 배당하고 주심을 박영재 대법관으로 지정한 뒤 전합에 회부했다. 같은 날 첫 번째 합의기일을 열었고, 이틀 뒤인 24일 두 번째 합의기일을 연이어 진행했다. 첫 번째 합의에서는 주로 절차적인 부분을 논의했으며, 두 번째 회의에서는 사건의 주요 쟁점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법원은 다음 합의기일을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대법원 전합은 통상 한 달에 한 번 합의기일을 열어 사건을 심리하고 선고까지 진행하는데, 이번처럼 이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두 차례 합의기일을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직선거법 사건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마쳐야 하는 이른바 '6·3·3 원칙'을 따르도록 규정돼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원칙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다만, 선거 일정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거법 사건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로, 지난 3월 26일 2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서류 접수 등 상고심 절차를 고려하면, 대법원이 통상적인 심리기간 내에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더욱이 이달 초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서 6월 3일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대법원의 결론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예상보다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면서, 대선 전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대선 후보 등록 기간인 5월 10~11일 이전에 선고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선거법상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 후보자가 사퇴하더라도 다른 후보를 교체할 수 없기 때문에, 대법원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결론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5월 초 연휴로 인해 추가 합의기일을 잡기 어렵고, 판결문 작성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후보 등록 전 선고가 다소 촉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5월 22일 예정된 정기 합의기일에 맞춰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법원 내규상 합의기일은 매월 세 번째 목요일에 열리지만, 15일이 세 번째 목요일인 경우에는 한 주를 미뤄 22일에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대법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통상적 관례를 따르지 않고 별도의 합의기일을 추가로 잡아 선고를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법원 내규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필요시 합의기일을 변경하거나 추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다음 달 12일 이후에 선고가 이뤄진다면, 대법원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대법원으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그가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방송 인터뷰와 국정감사 등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구체적으로, 2021년 성남시장 재직 당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과,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며 백현동 용도변경을 강요했다는 발언이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은 이 후보의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과 "국토부의 협박" 발언을 허위사실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그러나 2심은 해당 발언들이 정치적 의견 표현에 해당한다며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