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를 둔 기혼 여성 근로자의 근로 시간이 길수록 스트레스 수준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잉 노동을 유도하는 조직문화와 '모성 중심'의 육아지원정책이 여전히 여성 근로자의 정신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학술지 『여성연구』 2025년 1호에 실린 "미성년 자녀를 둔 기혼여성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 유형이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2023년 여성가족패널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성년 자녀를 둔 기혼 여성 근로자 749명을 분석했다.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44.5세였으며, 이 중 61.3%가 정규직으로 근무 중이었다.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인 50.6%는 실제 근로시간이 희망보다 많은 '과잉 노동' 상태였다. 이들 중 54.6%는 적정한 수준의 가정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67.3%는 여가생활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연구진은 근로자들을 '과잉 가정생활-과소 여가생활형', '일-생활 균형형', '과잉 노동-과소 여가생활형' 세 유형으로 구분해 스트레스 수준을 비교했다. 이 중 '과잉 노동형'의 스트레스 점수는 4점 만점에 2.09점으로 가장 높았다. '균형형'은 1.99점, '과잉 가정생활형'은 1.96점으로 뒤를 이었다.
일과 가정의 상호 갈등 정도에서도 과잉 노동형의 부담이 두드러졌다. 일에서 가정으로 전이되는 갈등은 2.05점, 가정에서 일로 전이되는 갈등은 2.21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직무 만족도는 균형형이 3.71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과잉 노동형(3.50점), 과잉 가정생활형(3.47점)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정규직 근로자가 비정규직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경험했으며, 배우자와의 관계 만족도가 높을수록 스트레스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혼 여성 근로자가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할 경우, 가정과 여가 등 다른 영역에 투입할 자원이 부족해져 스트레스를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혼 여성은 자녀 양육으로 인해 경력, 지위, 임금 등에서 불이익을 겪는 '모성 벌칙'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시간 근무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는 여성의 승진 기회를 제한하는 구조적 요인"이라며, "가사와 돌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기혼 여성은 조직 내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부정적 경험을 누적시키며 스트레스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기혼 여성 근로자가 주체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시간 근무 관행을 개선하고, 육아 지원 정책을 '모성 보호'에서 '양육자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나왔다.
또한 일부 업종에만 적용되고 있는 11시간 연속 휴식 제도를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 범위 역시 확대해 실질적인 정책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