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된 상호관세 조치와 관련해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전 세계 국가들에는 10%의 기준관세만을 적용하며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했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125%의 고율 관세를 즉각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보여준 존중 부족에 근거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를 즉시 1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펜타닐 유입을 문제 삼아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했고, 상호관세 성격으로 34%를 추가한 데 이어, 중국의 보복 관세 예고에 대응해 50%를 더해 총 104% 관세를 적용해 왔다. 이후 중국이 다시 보복 조치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로 21%를 더해 총 125%의 관세를 물리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국이 미국과 다른 국가들을 착취하는 행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길 바란다"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접근을 택했다. 그는 "75개국 이상이 미국 상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과 접촉해 무역, 무역장벽, 관세, 환율 조작, 비관세 장벽 문제에 대해 협상을 요청했다"며 "이들 국가가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하고 이 기간 동안에는 10%의 기준관세만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5일부터 모든 국가에 10%의 기준관세를 부과했으며, 이날부터는 57개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따라 해당 상호관세는 90일간 유예되며, 한국도 이에 포함돼 기존에 예정돼 있던 25%의 상호관세 대신 10% 기준관세만 부담하게 됐다.
상호관세 유예 가능성은 지난 7일 일부 보도를 통해 제기됐으나, 당시 백악관은 이를 '가짜뉴스'로 일축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유예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 하락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결국 유예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금융시장 충격이 유예 결정의 이유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며 "이번 결정은 세계 각국의 방대한 연락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75개국 이상이 이미 미국 측에 접촉했고, 앞으로도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각국 요청에 맞춘 맞춤형 해답을 제시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직접 개입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90일 유예 조치를 발표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협상과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이번 조치는 본질적으로 무역협상이다. 우리는 현재 알래스카에서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며, 한국, 일본, 대만이 투자 및 구매 계약 체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협상이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항목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로 미중 간 무역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보복 관세로 대응해왔으며, 이번 고율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강경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