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그리스도 이해의 특징적 경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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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상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그리스도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에큐메니칼 신학은 세상이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깊은 사랑의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세상에 대한 깊은 관심과 긍정적인 에큐메니칼 이해를 우리는 나이로비의 다음 글에서 발견한다.

이 세상은 단순한 하나님의 피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선교의 장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전 세계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교회는 이 세상의 어느 부분도 소홀히 여길 수가 없다. 구원하시는 자의 이름을 들은 자들이나 아직 그것을 듣지 못한 더 많은 사람이든 간에, 우리는 하나님께 순종해야 하는 한, 그리고 인류 가족과 연대의식을 갖고 있는 한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모든 사람, 모든 계층, 모든 인종, 육대주 오대양-어떤 문화적 맥락과 어떤 역사적 상황에 있어서도-에게 선포하고, 증거해야 한다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

세상에 대한 긍정성은 자연히 그리스도를 세상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분으로 이해하게 된다. 아울러 세상의 평화와 인간화를 위한 투쟁을 위해 그리스도가 활동하며, 이러한 그리스도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곧 선교라고 이해한다. 우리는 멜버른에서 그러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교회들과 교회들의 개개 구성원들이 인권 투쟁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님 나라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성과 남성으로부터 그들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모든 시도들에 반대하는 철저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교회들과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투쟁에 참여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원수 사랑 및 용서와 화해에 대한 복음의 독특한 요구에 순종하는 증거자들이기 때문이다. 복음전도(evangelism)란 인간 사회들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삶에 참여하는 교회의 지역별 선교에 속한다. 이처럼 인권투쟁에의 참여는 그 자체로서 말과 행동으로써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교회의 선교 전체 안에서 중심적 요소이다.

세상에 대한 이와 같은 긍정성은 전통적인 신학에서의 세상 이해와는 사뭇 다른 경향이다. 물론 세상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의 대상이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지극히 사랑하시사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그의 독생자 예수까지 보내셨다 (요 3: 16). 그러나 세상은 그 독생자를 알지 못하고 배척하였다. 따라서 세상은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지만 하나님께서 보내신 구원의 길인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멸망의 대상이라는 것이 전통적인 세상이해이다. 그리스도는 이 멸망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셨다는 것이 전통적인 그리스도 이해인 것이다. 반면에 에큐메니칼 이해에서는 세상에 대한 긍정성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가 십자가위에서 이룬 구원에 대한 강조점은 약화되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에큐메니칼 구원 이해는 세상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구원의 범위를 크게 확대하는 경향을 보인다. 성경은 반복해서 그리스도께서 그 목숨까지 버리시면서 구원하신 사람들을 매우 명확히 한정시켜 묘사한다. 그가 고난과 죽으심을 통해 구원하신 사람들은 ‘그의 양’(요 10: 11, 15), ‘그의 교회’(행 20:28, 엡 5:25-27), 그의 백성‘(마 1:21), ’택하신 자들‘(롬 8: 32-35) 등으로 한정짓는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신학은 그리스도의 구원의 범위를 그리스도를 수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전 피조물로 확장하여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세상에 대한 관심과 강조는 모든 피조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종말론적으로 완성될 코이노니아를 상정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을 우리는 캔베라에서 잘 볼 수 있는데, 캔버라는 모든 생명의 근원을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고백하고, 특히 창조 세계 안에 현존하시는 성령을 강조했다. 캔버라는 이어서 성서의 약속에 근거하여 모든 창조 세계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으로 새롭게 될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세계 교회로 하여금 피조물의 구원에 대한 종말론적 비전을 갖게 하였다고 강조하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 역시 모든 피조물에게 약속된 하나님과의 화해를 위해 일해야 함을 강조한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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