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는 독립운동과 항일 투쟁을 함께한 외국인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러한 ‘외국인 독립운동가’ 캐릭터는 단순한 극적 효과를 위한 허구적 요소일까, 아니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실존 인물일까. 연구에 따르면, 영화와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실제 모델이 존재하며, 이들의 활동은 한국 독립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 ‘박열’에는 일본 왕과 그의 가족 암살을 모의한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는 일본인 여성 후미코가 등장한다. 이 캐릭터는 실존 인물인 ‘가네코 후미코’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그는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만세!”를 외치며 최후를 맞았다. 또한, 영화 속 루비크라는 인물은 실제로 상하이에서 의열단의 폭탄 제조를 담당했던 헝가리 출신 독립운동가 ‘마자르’를 모델로 삼았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도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 외국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극 중 서양 기자 ‘매켄지’는 항일 의병들을 취재하며 그들의 투쟁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실존 인물인 영국 출신 ‘프레더릭 A. 매켄지(Frederick A. McKenzie)’를 모델로 한 캐릭터로, 그는 ‘데일리메일’ 극동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 독립운동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같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유진을 미국으로 데려가 보호해주는 선교사 ‘요셉 스텐슨’ 역시 실존 인물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캐릭터는 고종 황제의 밀서를 해외로 전달하려다 목숨을 잃은 역사적 인물인 호머 B. 헐버트(Homer B. Hulbert)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헐버트는 한글 연구자이자 교육자로도 활동하며 한국 독립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책 『나는 대한독립을 위해 싸우는 외국인입니다』(부키)는 한국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했던 외국인들의 삶을 다룬다. 이 책에서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야 마땅하지만 서훈을 받지 못한 외국인들, 그리고 서훈을 받았으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25명의 외국인 독립운동가를 소개한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로는 마자르, 어니스트 베델, 조지 쇼, 헐버트, 석호필(프랭크 스코필드), 루이 마랭 등 서양 출신 독립운동가들이 포함된다. 또한, 쑨원 일가, 장제스, 이숙진, 장보링 등 중국인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일본 출신으로 한국 독립운동에 동참한 소다 가이치, 가네코 후미코, 후세 다쓰지, 죠코 요네타로 등의 인물들도 조명된다.
이들은 한국 독립운동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책은 이들의 업적과 헌신을 재조명하며, 한국 독립운동이 국적을 초월한 연대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강조한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외국인들의 존재는 한국 독립운동사가 단순히 민족의 투쟁이 아닌, 국제적 연대 속에서 전개되었음을 보여준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재조명되는 이들의 이야기가 실제 역사 속 인물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그들의 업적을 발굴하고 기억하는 노력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