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이르시되 또 기록되었으되, ‘주 너희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하였느니라 하시니”(마태복음 4:7)
“시험치 말라.” 그리스도가 시험하는 자를 물리치기 위해 사용한 이 말씀은 원래 광야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이 물 때문에 처음으로 불평할 때 모세가 했던 말이다(출 17:1~7). 음식이 공급되자 백성들은 앞으로는 그들이 주님을 신뢰하겠다고 겸손하게 약속했다(부조와 선지자, 297).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믿음을 행사할 기회가 왔을 때 자신들의 재물로 부를 축척하기 위해 모세가 자신들을 죽이려 했다고 비난했다(출 17:1~4; 빛을 전한 사람들, 297 298). 그들은 신적 능력을 증명하라고 하나님께 도전했다.
AD 4세기 무렵, 문화와 문명의 도시인 이집트 알렉산드라아에 미인으로 유명한 무희(舞姬) 타이스가 살았고, 이집트 사막에는 성자(聖者)로 추앙(推仰) 받는 修道士(수도사) 빠프뉘스가 修道生活(수도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실화를 픽션화한 것이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의 소설 <타이스>(Thais, 1890)이다.
이집트의 테바이드 지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수도사 빠프뉘스는 알렉산드리아의 귀족출신으로 한때 향락적인 생활에 빠지기도 했으나 모든 재산을 버리고 수도생활에 들어선 인물이다. 자신이 저질렀던 죄악을 회개하던 빠프뉘스는 마침내 수많은 영혼을 타락시키고 있는 타이스를 구원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알렉산드리아로 간다.
타이스를 만난 빠프뉘스는 그녀에게 죄악에서 벗어나 믿음의 길로 나아갈 것을 권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죽음, 삶에 대한 회의로 괴로워하던 타이스는 마침내 속세의 모든 것을 버리고 빠프뉘스가 인도하는대로 수녀원의 봉인된 독방으로 들어간다.
타이스의 구원을 기뻐하던 빠프뉘스는 타이스와 함께 지내면서 그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던 욕망이 싹트고 그 틈새로 온갖 마귀가 몰려들자 때로 하나님을, 때로 자신을 원망하며 고통에 몸부림친다.
“주님, 그 많은 죄로 더럽혀진 사람에게 다정한 눈길을 보내면서 언제나 당신의 율법을 준수해온 저는 내버려 두신다는 말입니까?”
빠프뉘스의 이 절규는 구도에 나선 모든 이들의 공통된 신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빠프뉘스의 제자 중 바보로 칭함받던 바울은 하나님이 주신 능력에 의해 '타이스'가 순결한 영혼으로 거듭나 하늘 나라에 오르는 모습과 함께 그녀가 임종 직전임을 전해준다.
타이스의 죽음이라는 말에 빠프뉘스는 벼락을 맞은 듯 전율하며 그녀에게 달려가 “타이스, 죽지 말아요. 천당, 지옥은 없어. 사랑만이 진리야” 하며 타이스에게 매달린다. 그의 얼굴은 흡혈귀로 변신해 있었다.
얼마나 수많은 교역자들이 빠프뉘스로 변신하는가? 예전 로마의 교황으로부터 오늘날 유명한 교역자들이 제2의 빠프뉘스로 변신한 사실을 우리는 매스 미디어를 통하여 듣고 또 보고 있다.
작자는 말한다. “나는 <타이스> 속에 많은 모순과 자가당착(自家撞着)을 설정해 놓았다. 그것으로 해서 교양 있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자신에 관하여, 자기 견해에 관하여, 자기 신앙에 관하여, 또한 자기 재능에 대하여 의혹(疑惑)을 품게 된다면, 우선 작자의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김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