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그리스도 이해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하나님의 선교’ (Missio Dei)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선교' 라는 개념은 에큐메니칼 선교 개념의 가장 깊은 근저에 자리를 잡고 에큐메니칼 신학의 뼈대를 형성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발전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 후켄다이크는 전통적인 선교관이 지나치게 교회 중심적인 것이며, 이와 같은 교회중심적인 선교관은 틀린 중심을 잡고 회전하기 때문에 항상 정도에서 벗어나기 마련이고 선교의 범위가 불가피하게 축소된다고 보았다.
즉 교회 중심적 선교관을 가질 경우 선교는 교회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고, 교회를 에워싼 세계를 교회론적인 범주로 정의하게 되며 세계는 더 이상 세계로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보았다. 아울러 이 같은 교회 중심적 선교관은 선교를 곧 ‘교회화’로 생각하게 되면서 교회형성과 교파증식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되며, 전도를 행할 때에도 “...교회의 영향력을 다시금 획득하려는 사실을 성서적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신학의 관심을 ‘교회’에서 ‘세상’으로 돌렸다. 전통적인 신학에서는 교회 안에 구원이 있으며 세상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곳이요 그리하여 멸망할 곳으로 여겨졌다. 즉 전통적인 신학에서는 세상이 매우 부정적인 관점에서 인식되어졌다. 그러나 하나님의 선교 개념의 출현과 함께 에큐메니칼 신학은 세상을 서서히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하였다.
이제 하나님의 계획의 초점은 교회 안에서가 아니라 세계 속에서 발견되어지고, 그리하여 세상은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출발점이요 현장이 되었다. 신자들은 정치, 사회, 경제 등의 제 분야에 파송되어지고 교회와 세상은 분리가 아닌 공동 운명적인 연대관계에 서게 되면서 세상없는 주님이 없듯이 세상없는 교회가 있을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선교의 강조점이 교회에서 세상으로 옮겨지면서 구원도 교회 안에서만 얻어지는 구원이 아니라 세상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현되는 구원으로 이해되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하나님은 샬롬의 구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선교를 이루어가실 때 기독교인들만을 통해서 일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불신자 혹은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서도 일을 이루어가신다고 믿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도 점차 달라지게 되었다. 전통적인 신학에서 그리스도는 하나님을 대적하고 멸망할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분이었다. 따라서 그리스도는 세상에서 멸망 받을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이 그 분의 주된 사역이었다. 세상은 끊임 없이 멸망을 향해 달려가므로 그리스도에게로 돌아오지 않는 한 소망이 없다. 세상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그리스도께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따라서 개인이 회개하고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변화 외에 정치적인 차원의 사역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시는 분으로서의 그리스도 이해는 낯선 이해였다. 완전한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스도의 재림 후에 이루어질 것이며, 그 나라는 예수를 구주로 믿는 사람들로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주된 사역은 멸망할 사람들을 구원하는 사역이었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의 선교적 사명은 복음을 전하여 멸망할 사람들을 구원하는 일이었다.
이에 반해 에큐메니칼 신학에서의 그리스도는 세상에 지극한 관심을 가지시며, 세상을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샬롬이 넘치는 곳으로 변화시키는 모델과 인도자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하나님의 선교 개념으로 인해 세상을 구원하시는 그리스도는 세상의 샬롬을 위해 사역하시는 그리스도로 변화되게 된 것이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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