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험하고 힘든 곳에는 언제나 구세군이 찾아간다”

교회일반
인터뷰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인터뷰] 구세군 제27대 김병윤 사령관
김병윤 구세군 신임 사령관 ©구세군 제공

구세군대한본영(구세군)은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곧바로 달려갔다. 하루 1,000여명이 식사할 수 있는 끼니를 유가족 및 관계자들에게 제공했다. 지난해 11월 17일 취임한 구세군 제27대 김병윤 사령관은 “가장 험하고 힘든 곳에는 언제나 구세군이 찾아간다”고 했다.

구세군의 상징은 무엇보다 자선냄비 거리 모금으로 꼽힌다. 지난해 구세군 자선냄비는 11월 2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 316개의 장소에서 진행됐다. 지난 1928년 서울 명동에서 처음 시작된 자선냄비는 한국전쟁, 외환위기 등 대한민국의 어려운 순간마다 거리에서 사랑의 종소리를 울려 왔다.

구세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7억을 기록한 자선냄비 모금액은 코로나 여파로 2020년 17억 8천만 원으로 내려앉았다가, 이듬해인 2021년부터 반등해 지난 2023년까지 21억 원대(2021년 21억 1천만원, 2022년 22억 4천만, 2023년 21억 7천만)를 유지하고 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은 행정안전부로부터 기부금품 모집등록 승인을 받고 시작된다. 이후 모금이 완료되면 행안부 최종 모금완료보고 및 지도점검, 내·외부 회계 감사 등을 통해 예산이 투명하게 집행된다고 한다. 김병윤 사령관은 “자선냄비 모금은 국민의 신뢰와 공감 그리고 동참을 유도하며 96년간 이어져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액은 심장병 어린이 수술사업, 청각 장애인 인공 와우 수술 지원, 약물 중독자 및 노숙인 재활 사업, 에이즈 감염 예방 보호 사업 등 각종 사회복지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 수탁으로 운영되는 구세군의 노숙인 자활 사업은 일정 기간 무료 숙식을 제공하며 일자리 주선 등을 통해 노숙인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목표로 한다. 다음은 최근 구세군 사령관실에서 진행된 김병윤 사령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2024년 구세군대한본영의 자선냄비 모금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마쳤다. 경제위기 등 여러 사회적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자선냄비 모금의 현황은 어떠한가?

“전년도 대비 큰 차이가 없고 대략 1억 정도 모금액이 증액됐다. 앞으로도 연중 후원을 통해 모금이 계속 진행될 계획이다.”

-자선냄비 현장은 어떠한가?

“현금 미보유 등으로 인해 해마다 거리 모금액은 줄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모금 등 여러 방법을 통해 해마다 전체적인 모금액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자선냄비 모금에 처음 키오스크(kiosk) 모금을 도입했다. 반응이 좋다면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자선냄비 현장에서 체감하는 국민적 참여도는?

“전반적으로 자선냄비 모금 현장이 국가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96년간 해마다 지속 운영돼 온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추운 겨울 그 거리에서 묵묵히 종소리를 울려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다. 자선냄비 종소리는 국민에게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부추긴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해왔다.”

-1928년부터 시작된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이 오랜 역사 동안 이어져 올 수 있던 이유는?

“외환위기와 한국전쟁 등 대한민국 역사의 어려운 고비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은 지속돼 왔다. 또한 이 모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투명하게 사용된다는 국민적 신뢰도가 형성돼 왔다. 이 때문에 자선냄비 모금은 국민의 신뢰와 공감 그리고 동참을 유도하며 96년간 이어져 올 수 있었다고 본다.”

가수 김장훈이 구세군 자선냄비 콘서트를 개최한 모습. ©한국구세군 제공

-구세군의 자선냄비 거리 모금에 깃든 성경적 정신은 무엇인가?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또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야서 58장 6-7절)와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다.

성경에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고 말한다. 나누고 섬기며 베풀라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다.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우리와 같이 사람이 되셔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셨다. 그리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또 친히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자기 몸을 내어주셨다. 이처럼 구세군은 ‘한 손에는 복음을, 한 손에는 빵을, 마음은 하나님께, 우리의 손길은 이웃에게’라는 기치로 우리의 가진 것들을 나누며 베푸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구세군은 예수님이 이 시대에 살아계셨다면 소외된 이웃을 위해 가장 집중적으로 하셨을 그런 사역을 한다고 자부한다. 가장 험하고 힘든 곳에는 언제나 구세군이 찾아간다.”

-구세군이 복지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한국 사회 공헌에 대해 자평하자면?

“일제강점기 당시 구세군은 자선냄비 활동을 처음 시작했다. 거리마다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이 많았다. 구세군은 이로부터 지난 96년간 한국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꾸준히 도왔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있다. 특히 구세군은 대한민국의 제1호 공익법인이다. 한국 사회의 선한 사회복지사업을 견인하는 책임도 있다. 그리고 한국의 어려운 역사 속에서 국민에게 가장 투명하고 차별이 없이 위로를 베풀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구세군은 현재 심장병 어린이 수술사업, 작은 도서관 만들기, 해외 선교, 청각 장애인 인공 와우 수술 지원, 청소년 캠프, 약물 중독자 및 노숙자 재활 사업, 에이즈 감염 예방 보호 사업, 재활용 사업 등 여러 복지사업을 진행한다. 이 가운데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업과 그 이유는?

“구세군의 복지사업들 전부가 각기 중요도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개인적으로 보람이 있다고 느끼는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수술사업이다. 구세군은 지난 20년 전부터 해당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어린이 900명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해 왔다. 특히 필리핀이나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영양 불균형으로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 구세군은 그런 아이들을 선정해 한국도로공사의 후원을 통해 심장병 수술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키르키즈스탄의 한 아동은 구세군의 심장병 어린이 수술사업을 통해 건강을 회복해 구세군과 대한민국에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키르키즈스탄의 한 국회의원은 한국의 구세군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참으로 보람차다.”

김병윤 사령관이 과거 심장병 어린이 수술 지원을 받은 어린이를 격려하던 모습. ©구세군 제공

-구세군의 노숙인 자활 사업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던데.

“구세군은 서울시로부터 수탁해 은평구에 노숙인 시설 ‘시립은평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노숙인 600여 명을 돌보고 있다. 또 서울 시내에 2개의 ‘서울특별시립 브릿지종합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곳들에서 노숙인들에게 일정 기간 숙식을 제공하면서 일자리를 알선하거나 직업 교육 등을 통해 노숙인 자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숙인들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시키고자 한다. 노숙인 자활 사업은 구세군에서 노하우가 가장 많이 축적된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구세군이 반드시 해야 하는 복지사업이기에 힘이 닿는 한도 내에서 지속하려고 한다.”

-사회 복지사업의 핵심적 역할을 해 온 구세군은 창립자 윌리엄 부스가 복음 전도를 무엇보다 강조한 인물로 안다. 복음 전도와 사회 복지와의 관계란?

“19세기 산업혁명 시기 영국에서 활동했던 윌리엄 부스는 구원을 두 가지로 봤다. 첫째 우리의 영혼이 예수 그리스도로 구원받아 하나님의 자녀로 죽음 이후 천국에 가는 것, 둘째 영혼 구원을 위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굶주린 이웃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빵이 없어 배고픈 이들에게 아무리 예수 복음을 외쳐도 그들은 듣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윌리엄 부스는 먼저 배고픈 이들을 먹이고 씻긴 뒤 복음을 전해야겠다고 전략을 바꾼 것이다. 윌리엄 부스가 사역할 당시만 해도 영국 사회는 산업혁명으로 도시 빈민 및 실직·노숙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윌리엄 부스는 그런 사람들이 처한 환경을 개선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도 영혼 구원과 더불어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그런점에서 ‘전인 구원’ 개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 정신으로 구세군의 사회복지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무안공항참사 때 구세군이 유가족과 관계자들에게 배식을 진행하던 모습. ©구세군 제공

-김병윤 사관께서 구세군 사관이 되기로 하신 계기나 결심은 무엇이었는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희생해 구원의 길을 마련해주신 그 사랑에 너무 감사해, 보답하는 마음으로 구세군 사관이 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고 결심했다. 1981년 처음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이듬해 1982년부터 구세군 사관이 되기로 결심해 현재까지 사관으로 사역 중이다.”

-나눔과 봉사가 지니는 성경적 의미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이것들을 이웃들에게 계속 흘려보내다 보면, 저수지의 물이 고갈되는 것처럼 번 아웃(Burn-out)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번 아웃되는 상황 속에서도 봉사와 사역을 통해 이웃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세상의 물질적인 보상과 비교할 수 없는 신령한 하늘의 기쁨을 누린다. 나 또한 구세군의 사역 과정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변화돼 다시 구세군의 사역자로 쓰임 받는 모습에 큰 감사와 보람을 느꼈다. 길거리 자선냄비 모금 활동을 하면서 국민으로부터 고맙다는 격려와 위로의 말씀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향후 계획과 비전이 있다면?

“구세군이 부흥하고 성장했으면 좋겠다. 여러 모금 활동을 통해 재원이 모여 더 많은 이들을 돌보고 돕고,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과 영향력을 끼치는 구세군이 되길 바란다. 또한 국민에게 신뢰와 공감을 받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국민적 참여를 유도하는 구세군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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