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명상(35)] 르네-샤토브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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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향 하늘 나라
김희보 목사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나그네임을 증명하였으며”(히브리서 11:13)

하나님께서 본향을 소망하는 자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을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그들을 위하여 하늘에서 영원토록 주님과 함께 살아갈 한 성을 예배하셨으니, 바로 하나님 나라, 천국이다.

믿음으로 천국 본향을 바라 본 신앙의 선배들의 삶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미래에 들어갈 천국을 소망하며, 현재 이 세상과 동화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신실하게 살아가기를 애썼다는 점이다. 고난 앞에서도 뒤로 물러나 포기하지 아니하고 믿음으로 살다가 죽기를 선택했다.

인생을 가리켜 나그네 또는 행인(行人)이라 하였고, “인생의 길”을 여로(旅路)라 하였다. 한 나그네 인생을 그린 작품이 샤토브리앙(Francois Rene de Chateaubriant, 1768-1848)의 中篇小說(중편소설) <르네>(Rene, 1802)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나페즈족(族)과 함께 생활하는 프랑스 청년 르네는, 그 부족의 습관에 따라 원주민 아내와 결혼하였다. 그러나 아내와 별거(別居)하며 멜랑코리에 잠겨 지내고 있었다.

르네의 양아버지이며 부족의 지도자인 샤크타스와 선교사인 수엘 신부를 믿고 의지하면서도, 르네는 자신의 불행을 그들에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 또한 유럽을 버리고 원주민인 나체즈 부족에게 몸을 맡기게 된 이유에 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느 날 유럽에서 르네에게 한 통의 편지가 왔다. 그 편지를 읽고 나서 르네는 비로소 추장 샤크타스와 선교사 수엘에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였다.

“슬프게도 나는 외톨이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오직 나 혼자뿐이었습니다. 내 몸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여위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느꼈던 인생에 대한 혐오감(嫌惡感)이 새로운 힘으로 나를 엄습(掩襲)해온 것입니다.”

태어나면서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보지못한 르네는, 고독과 우울과 명상 속에서 어린 날을 보냈다. 그런 르네에게 유일한 기쁨은 누이 아메리였다. 르네는 행복을 찾아 여행을 하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과 사귀기 위하여 애쓰기도 하며, 은둔 생활을 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르네에게 슬픔만 더해주었다. 그는 자살을 생각하였으나, 누이 아메리가 적극 말렸다.

누이와 동생 사이의 사랑이 너무나 강렬한 데 대하여 아메리는 점차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애써 르네를 피하였고, 결국 수녀원에 들어갔다. 르네는 절망한 나머지 유럽을 버리고 아메리카 원주민과 어울려 살게 된 것이다. 르네가 받은 편지는 사랑하는 누이 아메리가 수녀원에서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르네의 말을 듣고 양아버지 샤크타스는 르네를 동정하였다. 그러나 수엘 신부는 르네를 호되게 비판하였다.

“망상(妄想)과 몽상(夢想)으로 엉켜져 세상을 아름답게만 본다고 해서 뛰어난 인간은 아니다. 신(神)과 함께 살지 않는 자의 경우, 고독은 오히려 해독이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자기가 가진 역량(力量)을 인류를 위해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신앙인들은 그리스도께서 오심으로 성취되는 구원을 기다린다. 아브라함은 그리스도의 때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보고 기뻐하였다(요 8:56).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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