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성안수’, 한국교회 최대 교단의 깊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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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 합동총회가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지난 제107회 총회에서 ‘여성안수’에 대해 신학적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강도권’ 등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대안 모색 차원에서였는데 결과적으로 그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모양새가 됐다.

예장 합동 측은 지난 총회에서 ‘여성안수 불허’라는 사실상의 대못을 박았다. 교단이 지난 1996년 총회에서 여성안수를 ‘비성경적’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을 재확인한 것이었지만 향후 재론이 불가하다는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지난 총회에서 일말의 변화의 조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강도권’ 등 여성 사역자들의 숨통을 틔워줄 대안이 필요하다는데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다. 이번 공청회 역시 그런 차원에서 우선 여성 사역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청회에선 ‘여성안수’ 제2라운드를 방불케 하는 찬반 공방이 있었다. 총회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는 건 총회의 확고한 결의에도 불구하고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청회 첫 강연자인 고경태 목사는 “우리 교단은 ‘여성안수’를 비성경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여성 안수 재론 자체에 선을 그었다. 그는 교단이 결의한 ‘여성안수’ 금지는 교단 구성원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약속이라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반면에 이광우 목사는 “교회 제도와 직분, 정치 체제는 역사 속에서 후대에 꾸준히 발전(변화)되었다”며 “결론적으로, 남자 여자를 따질 것 없이 말세의 교회 지도자는 하나님이 그 역할을 위해 은사를 주신 사람이 맡는 것이 옳다”는 말로 ‘여성안수’를 허용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날 공청회의 취지는 ‘여성안수’ 불허에 따른 차선책 마련에 있었으나 결과적으론 다시 ‘여성안수’라는 원점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된 듯하다. 이날 ‘여성안수’를 둘러싼 공방에서 확인된 건 ‘여성안수’가 곧 여성 사역자의 지위 향상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안수’와 여성 사역자 지위 향상 문제는 별개라는 두 관점의 충돌이다.

사실 교단의 결정대로라면 ‘여성안수’ 문제를 제쳐두고 여성 사역자들의 지위를 향상할 다른 대안은 찾는 게 순리다. 교단이 바로 전 총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결론을 냈으므로 공청회 자리에서 다른 주장이 나온들 총회가 다른 응답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다만 교단 내부에서 이 문제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확인한 이상 언제 어떤 화력을 발휘하게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여성안수’ 불허라는 총회 결의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란 건 총회 여성사역자지위향상 및 사역개발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5월 8일부터 6월 22일까지 목장기도회 등 교단 내 행사에 참여한 목사·장로 총 20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약 73.6%가 여성 안수에 찬성한다는 답변을 했다.

조사에선 ‘여성안수’ 시행에 대해 △적극 찬성 31.7%(65명) △찬성 41.9%(86명) △적극 반대 2.9%(6명) △반대 21.4%(44명)로 집계됐다. 적극 찬성과 찬성을 합하면 73.6%(151명)이고, 적극 반대와 반대를 합하면 24.3%(50명)이다. 눈에 띄는 건 반대하는 그룹에서 적극 반대하는 이들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만을 놓고 볼 때 과거와는 다른 전향적인 변화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교단 총회가 당장 이 문제를 재론하거나 허용하기 위한 제도적 준비에 들어갈 가능성은 사실 희박하다. 이 조사가 교단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는 총대들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고, 설령 총대들을 대상으로 했다 하더라도 총회 석상에서 표결할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다만 이런 유의미한 변화가 교단이 결의한 원칙을 언제까지 고수하며 밀고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

사실 합동측은 오랫동안 ‘여성안수’를 금기시해 온 교단 정서로 인해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방의 교회들이 부목사와 여 교역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주일학교 사역의 중심 역할을 하는 여성 사역자들의 감소 문제가 교단의 미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교단 내부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는 우수한 여성 사역자들이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타 교단으로 떠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따라서 교단이 ‘여성안수’를 허락하거나 이에 맞먹는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교단의 속앓이 원인이다.

합동 측의 고민은 신학적으로 같은 길을 걸어온 대부분의 보수 교단들이 과거엔 금기시했던 ‘여성안수’의 장벽을 허물었다는 데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총회가 잘 키운 여성 인재들을 다른 교단으로 속절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이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교단의 결의와 현실 사이에서 이래저래 국내 최대 교단의 고민이 깊어 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