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논란 부른 ‘종전평화 캠페인’ 상대는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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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 통합) 총회가 진행하려던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이 거센 반대 여론에 제동이 걸렸다. 통합 총회는 당초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한반도종전평화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하고 서명운동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전국 지노회에 발송했다. 그러나 교단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총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취소했다.

이 캠페인은 예장 통합이 지난해 11월, 정전협정 70주년을 기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와 함께 ‘남북평화통일비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나서 그 후속으로 진행하려던 서명운동이다. 통합 측은 이를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통일위)에 맡겨 추진토록 했고 위원회 차원에서 캠페인 참여 요청공문까지 각 노회에 발송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후 교단 안팎에서 이순창 총회장 등 지도부에 항의가 쇄도했다. 공문에 적힌 캠페인의 목적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라고 하는 등 북한의 주장과 흡사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제재와 압박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해결하자’는 것도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거센 반발 여론에 주관 부서인 통일위는 지난 9일 캠페인을 중단할 뜻을 교단에 전달했고, 임원회는 이를 즉각 수용했다. 이순창 총회장은 곧바로 “캠페인이 본래 취지와 달리 노회와 교회에 혼란과 우려를 야기한 것에 대해 사과를 표명한다”며 “전국 노회로 발송한 공문을 철회하고 캠페인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예장 통합이 이 캠페인을 전개하려고 했던 건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해 남과 북이 무력 대결이 아닌 평화와 공존의 길을 택해야 한다는 지극히 원칙적인 생각이 그 출발점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에서 교단 내 ‘종북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한반도 평화통일 운동에 앞장 서온 교단의 분위기로 볼 때 다른 의도가 개입됐을 것으로 보긴 어렵다.

문제는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이 지난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내용들을 대부분 그대로 수용한 데다 북한이 주장하는 것들과도 매우 흡사하다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교단이 나서 서명작업을 서둘러 중단한 것도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된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은 애초에 예장 통합이 단독으로 계획한 사업이 아니다. 교단적으로 정전 70주년을 기해 예장 합동과 함께 진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의 작품이다. NCCK 화해통일위가 이 캠페인 전담을 위해 ‘한국교회 종전평화운동본부’를 만들었고 지난해 8월 독일 카를스루에에서 열린 WCC 11차 총회 기간 중에 캠페인이 시작됐다.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참여를 목적으로 제작된 영상엔 “당신의 이름으로 한국전쟁을 끝내요. 한반도평화선언에 지금 서명해주세요! 한국교회종전평화운동본부와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이 함께 합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NCCK 이홍정 총무가 캠페인 참여와 서명을 독려하는 장면이 나온다.

NCCK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해 온 건 교계가 이미 아는 사실이다. NCCK는 지난 2020년 광복 75주년 선언문에서 “더 이상 지체 없이 한국전쟁 당사국들과 공식적인 종전을 선언하고 항구적 평화체제의 제도·법적 기반이 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22년 1월에 열린 제70회기 1차 정기실행위원회에서는 “평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남북 대화 재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한 NCCK의 지속적인 주장은 문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과 2021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과 별 차이점이 없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이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까지 ‘종전선언’에 연연한 것이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였다면 NCCK는 멈춰버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시계를 계속 붙들고 있다는 게 다른 점일 것이다.

이런 점이 NCCK가 주장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대해 교계가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근본 원인일 수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한국교회가 앞장 서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현실에서 ‘종전선언’을 할 경우 정전관리체제인 유엔사가 무력화되는 등 북한을 이롭게 할 것이란 점에서다.

통합 측이 진행하려던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은 그야말로 복음적 관점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석연치 않은 모습이 논란의 빌미를 줬다. 시간을 끌었으면 불필요한 오해가 더 심각한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었는데 총회장이 직접 나서 더 이상의 확전을 막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한반도에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상대가 핵무기로 그 평화를 쓸어버리겠다는 북한이란 냉엄한 현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교계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공허한 메아리로 여기는 것도 그 상대가 다름 아닌 북한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