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총회 설립 110주년… “온 세계에 복음 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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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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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개 장로교단, 26일 기념 예배 및 대회 개최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 예배 및 대회가 ‘하나님 앞에 역사 앞에, 다시 세상의 희망으로’라는 주제로 26일 오전 서울 충현교회(담임 한규삼 목사)에서 진행됐다. 이 행사는 58개 장로교단이 참여한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00주년 기념대회 준비위원회’가 주최했다.

한국장로교회는 1907년 ‘조선예수교장로회 독노회(獨老會)’가 조직돼, 당시 일곱 명이 목사안수를 받음으로 시작됐다. 그 후 5년이 지난 1912년 9월 1일, ‘조선예수교장로회’라는 이름으로 한국장로교회 총회가 설립됐다.

尹 대통령 “하나님 사랑 전하는 빛과 소금 되어주길”

김보현 목사(예장 통합 사무총장)가 사회를 맡은 식전행사에서 대회사를 전한 장종현 목사(예장 백석 총회장, 대표대회장)는 “미지의 조선 땅에 보냄을 받아 생명을 다하기까지 복음전파의 사명을 감당하신 선교사님들의 숭고한 신앙과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기꺼이 순교의 길을 걸어가신 선진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며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장 목사는 “110주년 역사를 맞이한 한국장로교회는 순수한 신앙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신앙의 선진들이 물려주신 기도와 성령, 회개와 용서의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예수 생명으로 충만한 한국장로교회가 되어 시대적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담대히 전하는 거룩한 공동체 되길 소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자인 김보혁 목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장로교회는 지난 1912년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일제 강점기와 남북 분단, 한국전쟁을 거쳐 민주화와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곁에서 언제나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고 했다.

이어 “유수한 학교를 세워 인재를 양성했고, 병원 설립과 사회복지기관, 봉사단체 운영과 같은 돌봄의 손길로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었다. 꾸준한 해외선교 활동으로 민간외교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절실한 어렵고 힘든 이웃들이 있고, 세계 곳곳은 전쟁과 기후위기, 전염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한국장로교회가 더욱 힘찬 기도로 하나님의 공의와 복음이 만개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 ‘하나님 앞에 역사 앞에, 다시 세상의 희망으로’라는 오늘 대회의 주제처럼,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빛과 소금이 되어주시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현장에 참석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김 의장은 “한국장로교회는 일제 강점기에 고난 받는 한민족과 함께 순교의 아픔을 겪으면서 애국계몽과 민족 독립에 기여했다”며 “대한민국 독립 이후 한국장로교회는 자유민주주의의 보루 역할을 했고, 한국전쟁 이후 한국경제의 급성장과 동시에 크게 성장하면서 민주화와 인권운동에도 앞장서며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의 도전을 겪으며, 동시에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기후·환경 문제와 글로벌 경제 위기, 저출생과 인구절벽 등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이러한 위기의 시대 속에 장로교가 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대회를 개최하고 같은 뿌리를 가진 한 형제임을 확인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장로교회가 힘을 합하면 한국교회는 다시 하나 되고,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다시 한 하나님, 한 성경, 한 복음, 한 주님 안에서”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예배 참석자들이 손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후 김기남 목사(예장 개혁 총회장, 상임대회장)가 인도한 1부 기념예배에선 김원광 목사(예장 합신 총회장, 상임대회장)가 기도했고, 조강신 목사(예장 대신 총무)의 성경봉독과 인천장로성가단의 찬양 후 배광식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 대표대회장)가 ‘역사 속에 일하시는 한 하나님’(신명기 32:1~7)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배 목사는 “역사적으로 한국장로교회는 1884년 9월 미국 북장로교회가 파송한 첫 개신교 선교사인 의사 알렌(Horace N. Allen), 그리고 1885년 4월 5일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와 함께 언더우드(Horace G. Underwood) 목사가 제물포에 첫 발을 내디딤으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후 1901년 평양장로회신학교를 설립하고, 1907년 장로교 총회의 모체라 할 수 있는 독노회를 조직하고, 장로교회 신조를 채택하고, 장로교 정치체제 ‘프레스비테리언니즘’(Presbyterianism)을 받아들이기로 결의했다. 실로 감격스러운 하나님의 은혜요, 역사이고 축복이었다”고 했다.

이어 “5년이 지난 후에 원산과 평양에서 일어난 대부흥운동과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1912년 역사적인 총회가 조직됐다”며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암울했던 격동기에 한국교회를 주님의 손으로 붙드셨고, 부흥·성장 시키셨으며, 은혜를 주셨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여러 가지 이해 충돌로 지나치게 분열되어 장로교회의 신학적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이 희석되어 가는 현실을 직시한다”고 했다. 배 목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금 한 하나님, 한 성경, 한 복음, 한 주님의 교회 안에서 다음 100년을 새로운 영적 각성과 부흥·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배 목사는 “하나님께서 우리 총회들을 위해 하신 일들을 기억하자. 역대의 지도자들을 세우시고 교회를 위해 헌신하게 하셨던 그 연대를 생각하자”며 “우리는 지금 다음 100년을 향한 출발점에 서 있다. 그 막중한 과업이 시작은 이 땅에 첫 발을 내디딘 장로교 선교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요한 칼빈의 교리적 토대 위에 영미 청교도 정신과, 교리적이고 실천적인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며 “또한 어떤 문제 앞에서라도 먼저 하나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담대함으로 복음을 전했던 그 야성을 회복하고, 성령의 다스림을 받는 영성회복운동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류영모 목사가 특별기도를 인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후 참석자들이 류영모 목사(예장 통합 총회장, 상임대회장)의 인도로 한국교회의 예배 회복과 한반도 평화통일, 다음세대 신앙계승과 부흥을 위해 특별기도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이어 기념예배는 류 목사의 축도로 마쳤다.

“주님 왕으로 모시는 교회 본질 먼저 회복해야”

고영기 목사(예장 합동 총무, 준비위원장)가 인도한 2부 기념대회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영상 축하인사 후 이영훈 목사(기하성 대표총회장), 소강석 목사(예장 합동 증경총회장), 강학근 목사(예장 고신 총회장, 상임대회장) 등이 축사와 격려사를 전했다.

오세훈 서울지장은 “지난 110년 동안 한국장로교회는 척박했던 이 땅에 복음의 빛을 비추며 한국교회 부흥을 이끌었다”며 “오늘 110주년 기념대회를 계기로 앞으로도 모든 장로교단이 연합해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를 더 밝은 미래로 인도해 주시기를 바란다. 늘 낮은 곳에서 약자를 보듬으셨던 예수님의 삶을 따라서 서울시도 미력하나마 약자와의 동행으로 늘 함께 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영훈 목사는 “한국장로교회는 한국교회 장자 교단으로서 지난 110년 동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놀라운 부흥과 발전을 이루어 왔다”며 “조선말 한국 개화기에 교육, 의료, 문화, 정치,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고, 1907년 평양 대부흥 운동 이후 암울했던 일제 통치 35년간 믿음을 지키며 독립을 위해 희생했고, 대한민국 건국과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 일, 민주화 운동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앞으로도 한국장로교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연합하여, 복음의 빛으로서의 사명을 계속해서 감당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소강석 목사는 “장로교회의 가치와 본질을 한 마디로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고 왕으로 삼는 교회”라며 “주님을 왕으로 머리로 모시지 않으면 결국 정치와 분열, 다툼 밖에 없게 된다. 오늘 우리는 한국장로교회 설립 110주년 기념대회를 통해 주님을 왕으로 모시는 교회의 본질을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영상으로 축사한 이철 감독회장은 “한국장로교회는 세계교회 가운데 가장 토착화가 잘된 교회요, 부흥하는 교회로서 민족복음화와 세계복음화를 위해 헌신해 왔다”며 “총회 설립 110주년을 맞으며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 역사 속에서 미래를 향한 지혜를 찾고, 기념대회와 기념주일예배를 통해 같은 뿌리를 지닌 형제 됨을 확인하며 시대의 소망이요, 대안이 되는 교회로 새롭게 세워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각 교단들, 설립정신으로 돌아가 정체성 강화하자”

격려사한 강학근 목사는 “올해는 한국장로교회 총회가 설립된 지 110주년이 되는 매우 뜻 깊은 해다. 전 세계에서도, 한국에서도, 한국장로교회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 약 1,800만 명의 장로교인이 있으며, 이 중 약 600만 명이 한국 장로교인이다. 또한 한국교회에서도 장로교는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강 목사는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장로교회는 인간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교단으로 분리되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정당화해서도 안 되고 당연시해서도 안 된다. 물론 억지로 하나로 만드는 것도 위험하다”며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을 맞이하면서 각 교단들이 원래의 설립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힘써야 한다. 비록 법적으로 나뉘었다고 해도 장로교회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행사 후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정현 목사(예장 대신 총회장, 상임대회장)와 김은경 목사(기장 총회장)가 ’총회 설립 110주년 한국장로교회 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 선언문에서 “우리는 한반도와 온 세계에 하나님 나라 복음을 증거하는 사명을 성실하게 감당하며 영혼구령에 매진하겠다”며 “장로교회의 신조와 정치제도를 견지하며 개혁교회로서 끊임없이 개혁하는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후 황규식 목사(예장 백석대신 총회장)의 파송기도 등을 끝으로 기념대회는 마무리됐다. 한편, 전국 장로교회들은 각 교회에서 오는 9월 4일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 기념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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