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낙태권 폐기’ 판결 리뷰] 낙태는 헌법적 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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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생명윤리정책원, 23일 ‘판결 분석’ 콜로키움 개최
미국 연방대법원 ©Anna Sullivan/unsplash.com

“헌법은 낙태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로’(Roe)와 ‘케이시’(Casey) 판결을 기각하고 낙태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시민들과 선출된 대표자들에게 돌려준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돕스 대 잭슨여성보건기구’(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사건에서, 현지 시간 지난 6월 24일 이렇게 판결했다. 낙태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인정했던 지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과 1992년의 ’가족계획연맹 대 케이시’(Planned Parenthood v. Casey) 판결을 모두 뒤집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23일 오후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 판결 분석: 1973년 판결 vs. 2022년 판결’이라는 주제로 제52회 콜로키움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미국 변호사인 장원경 교수(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가 강사로 나서, 앞서 언급한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 관련 판결들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

‘돕스 대 잭슨여성보건기구’ 사건에 대한 미 연방대법원의 이번 재판은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일반적으로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낙태규제법에 대한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잭슨여성보건기구의 주장이 바로 미시시피주의 낙태규제법이 ‘로’와 ‘케이시’ 판결을 어겨 위헌이라는 것이었다.

‘로’ 판결의 요지는 낙태권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그것은 사생활(Privacy)권에 포함되고, 나아가 이 같은 여성의 낙태권은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 조항을 통해 구현된다는 것이었다. ‘케이시’ 판결 역시 낙태권이 같은 수정헌법 조항에 의해 보호되는 자유의 일부분이라는 것이었다.

올해 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렸던 ‘2022 생명을 위한 행진’ ©The Christian Post/Nicole Alcindor

두 판결의 근거가 된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 조항은 “(미국의) 어떠한 주도 법의 적정 절차 없이 개인의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빼앗아서는 안 되며, 그 사법권 범위에서 개인에 대한 법의 동등한 보호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자유’라는 단어가 특히 중요했는데, 낙태권이 과연 이 ‘자유’ 영역에 포함되는 지가 ‘로’와 ‘케이시’ 재판에서 주요한 쟁점 중 하나였고, 연방대법원은 두 판결에서 모두 그것을 인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돕스’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이 같은 과거의 판결들이 모두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미국의 역사 및 전통에서 낙태권이 헌법적 자유라고 해석될 만한 법 등이 존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수정헌법 제14조가 채택되던 시대에도 4분의 3에 해당하는 주에서 임신의 모든 기간 동안 낙태가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로’ 판결은 이러한 역사를 무시했거나 잘못 진술한 결과이고, ‘케이시’ 판결은 ‘로’ 판결의 잘못된 역사 분석에 대한 재고를 거부한 결과라는 게 이번 판단의 배경이었다. 즉 “낙태를 하는 것에 대한 권리는 헌법에 명문 규정이 있지도 않고 미국 역사에 근거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인 헌법상의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 낙태에 대한 헌법적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낙태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그에 대한 권한을 지닌 각 주의 입법기관의 몫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결정은 낙태 쟁점에 대한 권한을 입법기관에 반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낙태와 관련해 상반된 주장을 하는 양측의 여성들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입법기관에 로비를 하고, 투표를 하고, 공직에 출마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입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낙태에 대한 과거 ‘로 대 웨이드’와 ’가족계획연맹 대 케이시’ 판결 모두 폐기됐고, 낙태를 허용할 것인지 혹은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주의 입법기관으로 돌아갔다.

‘생명사랑 젊은 의료인 모임’과 ‘행동하는 프로라이프’가 과거 국회 앞에서 여성과 태아 모두를 보호하는 법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던 모습 ©생명사랑 젊은 의료인 모임

한편,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이날 콜로키움에 앞서 ”지난 2019년 우리 헌법재판소가 임신 중단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려 해당 법률의 효력이 정지됐지만, 관련 법률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입법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헌재 판결에 대한 해석은 물론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에서 국가의 역할과 법률적인 개입의 방법과 방향 등은 여전히 현실에서 다양한 갈등을 빚어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미국의 낙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 리뷰와 시사점’을 주제로 제52회 콜로키움을 개최해, 미국 대법원의 낙태 판례 폐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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