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근조화환·1인 시위 반발 확산

경위·경감회의 강행 여부 촉각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나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있다. ©뉴시스

일선 경찰관들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 대한 경찰 지휘부의 대기발령 조치를 비판하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12 쿠데타'까지 언급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에도 일선 경찰관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경찰의 난'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26일 행안부 등에 따르면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경찰 제도 개선안은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8월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일부 경찰관들은 정부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자 거듭 반발 의사를 표하고 있는데,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기점으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많은 총경들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며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의 직후 경찰청은 참석자들에게 복무규정 위반 등 엄정하게 조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이뿐만 아니라 이 장관은 이날 긴급브리핑을 열고 일부 경찰들의 집단행동을 '12·12 쿠데타'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장관은 "이번 사태는 일반 공무원들의 집단행동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바로 이러한 시작에서 비롯된 것이다. 무장할 수 있는 조직이 상부의 지시에 위반해서 임의로 모여서 정부의 시책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이날 서면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집단 행동은 복무규정 위반이라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자는 "향후 감찰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와 경찰 지휘부의 강경 방침에도 불구하고 경찰 내부 반발은 오히려 고조되는 모양새다. 경찰국 출범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실제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는 "국민의 경찰은 죽었다" 등 경찰관들 명의의 근조화환 수십개가 전시됐고 관련 1인시위도 진행됐다. 부산, 전북, 울산 지역 등에서는 류 총경의 대기발령 조치를 비판하는 1인시위가 동시다발 적으로 포착됐다.

단식과 삭발 투쟁을 벌여온 경찰 직장협의회(직협)도 이날부터 29일까지 서울역 등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경찰국 반대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대국민 홍보전에 돌입했고, 국가공무원노동조합경찰청지부와 경찰주무관노동조합은 충북 오송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대국민 홍보활동을 시작했다.

경찰 내부망에서도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을 규탄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그간 개최된 '검사회의'나 '법관회의'는 테러냐" 등 다소 격앙된 표현도 나오고 있다.

지난 서장회의의 연장으로 경찰관들이 한 데 모여 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30일에는 일선 경찰서 팀장급인 경감·경위 간부들이 경찰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한다고 예고됐다. 지구대·파출소장도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 총경 대기발령으로 주목받은 서장회의 역시 추가적인 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경찰 지휘부는 류 총경에 대한 대기 발령조치를 철회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상태다. 전국현장팀장회의 등과 유사한 모임에 대해서도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히며 철회를 당부했다.

윤 후보자는 전날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류 총경은 모임을 주도한 책임뿐만 아니라 청장 후보자의 정당한 직무 명령을 본인 스스로 판단해서 거부했다"며 "다수의 참가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사실도 정도가 중하다고 생각해 대기명령을 철회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에게 보낸 서한문을 통해서는 경위·경감급 회의 등과 유사한 모임이 개최될 경우 엄정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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