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합동조사에 단 3일… “재판받을 권리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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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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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북송 논란] “문 정부의 정치적 의도 의심”
통일부가 12일,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 당시 판문점에서 선원 2명이 송환되는 과정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통일부 제공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9년 11월 2일 당시 동해 국방한계선(NLL)을 넘어온 탈북어민 2명을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범'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다’ 등을 이유로 같은 달 7일 강제 북송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묵살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탈북어민 2명은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설사 살인 혐의를 받는다 해도 남한에서의 ‘공개재판 받을 권리’는 침해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탈북어민 2명에 대한 합동정보조사가 밀실에서 성급히 마무리 됐다는 것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통상 보름 이상 최장 90일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 탈북민 합동정보조사가 3일 만에 마무리된 점 ▲합동심문이 법률상 유·무죄를 가릴 지위를 부여받지 않았다는 점이 그것이다.

당시 군 당국은 이 과정에서 특수정보(SI:Special Intelligence)로 탈북어민 2명의 살해혐의를 파악했다고 밝혔지만, 안보상 이유로 구체적인 파악 경로는 함구했었다. 북송 당일인 7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정경두 당시 국방부장관은 ‘공범 1명이 북한에서 시인한 살인 사건에 탈북어민 2명이 연루된 경위’를 묻는 박맹우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거기(북한)하고 타진해서 한 게 아니라, 우리가 SI정보로 확인했다”고 했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이날 사진, 육성 파일 등 탈북어민 2명의 범죄 혐의를 소명할 구체적인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당시 주요한 물증이었던 목선도 특별한 조사는 생략된 채, 탈북어부의 강제북송과 함께 북한에 인도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당시 북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 필 로버트슨 부국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강제추방 결정으로 두 북한 주민은 북에서의 고문과 처형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며 “중대범죄인 만큼 증거에 기반해 신중했어야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더구나 강제북송 이후 의혹 제기가 잇따르면서, 살해 혐의를 받는 탈북어민 2명이 재판을 받도록 해 진실을 명확히 규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식 기소절차를 통해 수사를 거쳐 증거주의에 기초한 재판 특성상, 대중에 일부 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밀실에서 3일 만에 끝난 정부 합동조사보다, 정무적 판단에 휩쓸릴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전 회장 김태훈 변호사는 “지난 문재인 정부는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어민 2명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되는 만큼,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공개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재판을 받도록 해 사건에 대한 의문을 명확히 밝혔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당시 정부 합동조사단은 행정부 공무원으로서 탈북어민 2명에 대한 살인 혐의를 판단할 법률적 지위는 없다”며 “합동조사단이 밀실에서 조사를 집행해 성급히 강제북송한 것도 당시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했다.

탈북어민 2명이 조사과정에서 귀순의사를 밝혔지만 ‘살인 혐의’만으로 강제북송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도 또 다른 쟁점이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탈북어민 북송 당일인 7일 국회 외교통일위에 출석해 “흉악범 도주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이들을 추방한 것”이라며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추방이유를 덧붙였다.

김태훈 변호사는 ‘탈북어민 2명이 흉악범이라서 북송시키는 것이 옳다’는 의견에 대해 “대한민국 5천만 국민 가운데 흉악범도 있을 텐데, 그런 논리라면 그 사람들도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영토 밖으로 추방해야 하지 않는가”라며 “탈북민이든 난민이든 남한 영토 내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범죄 혐의를 받을 경우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따라 정식 재판을 받아야 하고 또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살인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탈북어민 2명을 ‘비보호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강제북송의 이유’를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탈북민이 비보호 대상으로 지정되는 경우는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 혐의▲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 혐의 등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통일부에 의하면, 7월 1일 기준 중범죄 등을 저질러 비보호 대상자로 지정돼 국내에 거주중인 탈북민은 총 23명이다. 이에 당시 문재인 정부가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탈북어민 2명을 강제북송한 것이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재 통일부는 이에 대해 “북한이탈주민법은 탈북민을 보호·비보호 대상으로 나누는 범위를 정한 것일 뿐, 추방을 결정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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