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이 이영표에게 배워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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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 작가

유튜브 영상을 찾다 보면 일부러 갈등을 일으켜 수익을 올리는 채널을 보곤 한다. 특히 연예인을 소재로 하여 대중의 관심을 끌며 그럴싸하게 끌어들이지만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의 선동만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은 좌우 가리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서장훈이 김제동에 일침을?”과 같은 제목의 영상이 그렇다.

농구선수 출신 방송인 서장훈은 토크쇼나 강연에서 ‘인생을 즐겨라’는 식의 말을 매우 싫어한다고 한다. 자신은 농구를 성공하기까지 치열하게 노력하며 “즐겨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방송인 김제동처럼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등의 말을 강연에서 많이 하는 이들에게 서장훈이 일침을 날린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의견에 새겨들을 부분은 분명히 있다. 우리가 어떤 길을 갈 때 도착하기까지 힘든 과정이 있기 마련인데, 그때 김제동 같은 이들의 말을 들으면 남 탓이나 국가 탓을 하기 쉽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나의 삶은 더 불행해진다. 반대로 서장훈 같은 이들의 말을 들으면, 남 탓을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바라보며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것은 위험하다. 서장훈은 결벽 증세가 있기로 유명하다. 자신이 말했듯 증세가 병으로까지 이어진 건 아닐 수 있겠지만, 물건을 무조건 한 방향으로 세워야 마음이 풀리는 모습을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서장훈이 그러기까지는, 농구선수 시절 승리에 대한 집착으로 징크스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유투를 던질 때 8이라는 숫자가 생각나면 시간이 가더라도 무조건 공을 여덟 번은 튕기고 던져야 했다고 한다.

이를 보면서 매우 짠했다. 현실적이지 않은 말을 하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서장훈처럼 승리에 대한 집착으로 강박을 가지는 것 역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배울 게 있지만, 성공 그 자체를 삶의 목적으로 여기는 것 역시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필자는 오히려, 축구선수와 해설위원을 거쳐온 후 현재 강원FC 대표이사로 있는 이영표의 삶이 큰 귀감이 된다. 이영표는 치열하게 노력하며 최고의 커리어도 쌓으면서 동시에 성공이라는 강박 속에 살지 않았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직후, 당시 토트넘 소속의 이영표 선수는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었다. 축구선수는 두 번째 시즌 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이에 대해 이영표 선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징크스를 안 믿는다. 만약 이번 시즌에 성적이 안 좋다면 그것은 징크스 때문이 아니라 내 실력일 것이다.” 징크스는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 만드는 것임을, 이영표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그가 축구선수를 은퇴하고 해설위원을 시작할 때 한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했는데, 그때도 한 학생이 “징크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 질문했다. 이에 그는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면 시합 전 일부러 미역국 먹고, 졌을 때 행동을 일부러 했다”고 하며, 징크스에 시달리지 않고 징크스를 지배해왔음을 보여줬다.

필자는 서장훈이 농구선수 시절 그 시간을 힘들게 보내시느라 정말 수고하셨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방송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고 있는 만큼, 선수 시절에 가졌던 징크스를 이제는 걷어내고 자유롭게 살아내는 멋진 방송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성공에 집착하며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현실적이지 않은 말에도 휩싸이지 말고 그렇다고 성공을 삶의 목적에 두지도 않기를 권한다. 성공은 삶의 목적이 아닌 최종적인 결과로서 따라오도록 하고, 실패의 과정을 겪더라도 힘차게 다시 일어나며 열심히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황선우 작가(전국청년연합 ‘바로서다’ 대변인, <선의 비범성> 저자, 문화비평 채널 <선우작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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