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차별금지법의 국민국가 해체 위험성

오피니언·칼럼
“한국의 다문화와 차별금지법안, 취지와 개념 왜곡, 상황 논리적 모순에 빠져 있어”
신만섭 박사

현재 입법 추진 강행 중인 차별금지법안은 ‘개념 불확실성 다문화’를 급가속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법안자들은 상위법이자 국가 최고법인 헌법과도 충돌되는 내용을 담아 이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으며, 이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닥칠 국가와 국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장차 이로 인해 파생될 국내외 정치적 모순과 부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글로벌리스트들과 PC 주의자들의 무개념과 감성 충만의 고질적 병폐를 그대로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 중 다문화와 관련해 문제 되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이자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 분야에 대한 특별법적인 성격에 비추어 이 법에서 금지되는 차별사유를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차별금지사유를 기본으로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으로 구체화하여 차별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함”  - 정의당 장혜영 의원 대표 발의 차별금지법안 제3조 제1항 제1호

이 조항 중, 다민족 다문화와 관련해서는 언어와 국적이 문제가 된다. 위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언어와 국적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민국가 체제에 있어서 핵심 요소들이다. 이 요소들을 흔들면서 다문화주의자들이 개념 없이 주장하는 ‘문화다양성’과 연계시키면 국민국가는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세력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사해동포와 ‘지구촌 한 가족’이라는 이상의 실현인가? 아니면, 이민·난민들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정치적 도약인가?

차별금지법의 위 조항을 합리화하는 근거 중 하나로 들이대는 ‘문화다양성’은 유네스코(UNESCO)가 선언했던 본래 취지와 완전히 어긋난다. 유네스코 문화 다양성 협약 채택 배경은 1990년대 세계화 미명 하에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로 국제교역을 재편하면서 그 범주에 문화상품도 집어넣어 수출 강국들이 타 문화상품시장을 잠식하는 사태에 피해 국가들이 반발하여 발의, 채택된 것이다,

“UNESCO는 1998년 4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세계화가 지역의 문화와 전통적인 문화를 간과하고 있으며, 문화 관련 단체들은 이러한 경향에 대응하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2001년 10월에서 11월에 걸쳐 개최된 제 31차 총회에서 세계문화 다양성을 위한 선언문을 채택하여 문화를 일반 경제상품이나 소비품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각국은 문화정체성을 위해 현실에 맞는 다양한 규제나 제도를 채택해야 하고, 문화다양성의 보호는 윤리적 의무이자, 인간 존엄성으로부터 분리할 수 없는 것임을 선언하였다.

2007년 3월 18일 발효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 논의는 예외 없는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국제무역협정과 문화상품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문화적 예외론의 대립에서 비롯되었다. 1920년대 미국영화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유럽에서 스크린쿼터제도를 도입한 이래 문화는 국제무역에서 예외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문화도 국제무역협정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생겼다.” - ‘문화다양성 협약’의 배경과 의의, 진보넷 2005. 12. 7

이론적으로도 문화다양성은 구조주의 인류학1)에서 나온 개념으로서, 그 이전까지 횡행하던 자민족중심주의에서 출발한 서구 중심주의적 시각의 인류학에서 벗어나 세계 모든 민족, 국가의 문화 독자성·고유성을 인정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개념이다.

“문화다양성은 인류를 구성하는 집단과 사회의 정체성과 독창성으로 구현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은 이 학설을 근거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구상의 다양한 문화공동체들이 저마다의 독립적인 문화정체성을 지키며 서로 공존하면서 교류 협력하자는 것이 정확한 취지이지, 국가 단위 안에서 인위적으로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의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은 세계 각국의 문화주권 선언이다.

한국의 지적 풍토의 고질적 병폐는 외래품 과잉수입에다가 본뜻과 개념 파악, 성찰도 하지 않은 채, 이를 사회에 마구잡이 도입 적용하려는 것이며, 더 나아가 그 주도자들이 마치 우매한 대중을 우월적 지위에서 방향을 선도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다민족화 된 상태에서 다문화라는 용어를 쓰는 반면, 일민족 국가인 한국에서 소위 ‘다문화주의자’들은 일문화 개념과 다문화 개념의 성찰과 고민도 없이, 논리적 맥락에도 닿지 않는 ‘다문화’라는 용어를 남발하고 있다.

한국의 다문화와 차별금지법은 이렇게 취지와 개념 왜곡, 상황 논리적 모순에 빠져 있는데, 더 큰 문제는 현란한 용어 수입에만 열을 올릴 뿐, 유럽 다민족 국가에서 벌어지는 정치 사회적 혼란에 대해 반면교사적 시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2) 

인도적이든, 필요에 의해서든 유럽의 이민·난민 유입은 범죄, 테러 등 사회문제라는 미시적 시각을 넘어 정치, 문화적으로 유럽 단위 국가들, 더 나아가 유럽연합(EU)의 정체성을 염려하게 하고 있다. 한국은 휴전·분단 상태에다가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다. 실정에도 맞지 않는 차별금지법의 독소조항 적용과 무분별한 다문화 정책으로 인해 국민 정체성과 사회적 통합에 균열이 생길 경우, 주변 강대국들의 국내 흔들기, 다민족 갈등, 내전, 한반도 영구 분단 등 유럽보다 더 심각한 국가적 재앙을 맞을 수 있다.

[미주]
1) 프랑스의 인류학자이자, 사상가인 레비스트로스(C. Lévi-Strauss)가 창시한 인류학
2) 만일 한국이 인류애, 인권, 다문화의 명분을 내세우며 이민·난민을 대량 유입하는데, 정작 송출국들이 이를 정치적·종교적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이민·난민을 보낸다면, 차별금지법 제정론자들은 이 국제관계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건가? 실제로 이 같은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만섭 박사(국민주권행동 연구소장, 프랑스 뚤루즈 사회과학대학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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