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과 영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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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성구 박사

1986년 아직 공산당의 붉은 별이 떨어지기 전에, 나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방문했다. 부다페스트는 북유럽의 작은 파리라고 불리울 만큼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이다. 몇 해 전에 한국 관광객의 보트 전복에 많은 사상자를 낸 다뉴브강이 흐르고, 강을 중심으로 부다와 페스트로 나누어진다. 그래서 두 곳을 합해서 부다페스트라고 한다. 필자가 부다페스트를 방문할 시기에는 한국 사람은 출입이 없었다.

부다페스트에는 볼거리가 많지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영웅의 광장>이다. 헝가리의 건국 1000년을 기념해서 1901년에 완성된 영웅의 광장이다. 헝가리 역사 중에 나라와 민족 그리고 교회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돌로 조각하고 그들을 기리는 널찍한 광장이다. 그런데 헝가리 교회는 교회당 안에 있는 사무실이나 목사실 안에도, 앞서간 사람들 중에 나라와 교회를 위해서 헌신하고 모범적인 삶을 산 영웅들의 사진이 늘 전시되어 있다. 또 미국에도 헝가리 개혁교회가 600개나 있는데, 이들 교회에도 지나간 시대에 조국의 갈 길을 제시한 지도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헝가리 민족은 우리와 같이 몽고 반점이 있다. 몽골리안의 피가 있고, 시골에 가면 아직도 옛날 한국 할머니 같은 분들을 볼 수 있다. 또한 말의 어순도 우리와 같고, 식사 때는 수제비와 고춧가루를 좋아한다. 특히 헝가리는 칼빈주의 신학과 신앙의 전통이 강하다. 1538년에 세운 <데브레첸 개혁신학대학교>는, 칼빈의 <제네바 아카데미>보다 21년이나 앞서 있다. 잠시 공산당의 집권으로 50여 년 동안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그들의 신앙은 역사적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지켜왔다. 그래서 헝가리 계혁교회의 이름을 「칼빈주의자의 교회」(Calvinist Church)로 부르고, 도시의 거리 이름 중에는 <칼빈 거리>가 많다.

아무튼 헝가리 사람들은 자기 민족이나 교회의 영웅 즉 독립운동을 했거나, 전쟁에서 승리했거나, 민족의 등불이 되었던 영웅들을 결코 잊지 않는 민족이다. 영웅에는 전쟁영웅도 있고, 스포츠 영웅도 있고, 정치적인 독립운동 영웅도 있다. 그런데 아름답고 존경할 만한 영웅도 있지만, 국가, 민족과 세계를 위해서 해악을 끼치는 독재자가 스스로 영웅으로 군림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권력을 찬탈하고 수백만,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권력을 틀어쥔 사람도 있다. 이 자들은 그 당시에는 영웅으로 불렀지만, 세월이 흐른 후 그는 영웅이 아니라, 인류에 해악을 끼친 자로 천길 낭떠러지 떨어진 자도 많다. 예컨대 히틀러, 스탈린 같은 자들이다.

영웅은 영웅다워야 한다. 영웅은 한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오래도록 모든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영웅과 영웅주의는 크게 다르다. 영웅은 되어지기도 하고, 영웅은 만들기도 한다. 영웅은 원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시대가 영웅을 만들기도 하지만, 영웅이 한 시대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한때는 영웅이었으나, 세월이 흐르자 비판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영웅은 존경의 대상이자, 다른 사람에게는 비판과 평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영원히 우리의 가슴속에 남는 영웅도 있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와 다윗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영원한 영웅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순신, 세종대왕이 우리 민족에 영웅으로 오래 남는다. 또 이승만과 박정희는 비판자도 많지만, 민족의 영웅인 것은 맞다.

그런데 인간은 누구나 영웅이 되려는 마음이 있다. 스스로 영웅이 되려고 온갖 수단, 방법을 쓴다. 앞서 말한 대로 영웅과 영웅주의는 다르다. 영웅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 영웅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영웅주의자이다. 그런데 영웅주의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스스로 하나님처럼 되려는 심리다. 정치가들 중에는 이런 영웅주의가 참으로 많다. 이런 영웅주의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죽이고 모든 영광을 받으려는 못된 태도이다. 그런데 목회자들 중에도 이러한 영웅주의자들이 참으로 많다. 한국교회는 목회자들의 영웅주의 때문에 장로교만 300개 교단이 있다 하니 참으로 부끄럽다. 시쳇말로 <모두가 닭대가리는 될지언정 소 꼬리는 안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한국교회에는 닭대가리만 300개가 넘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분들의 영웅주의는 크고자 하는 야망이 마음속에 지배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는, 교회의 지도자들은 두말할 필요가 없이 <주의 종>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종은 싫고, 자신이 주인이고 되고 싶고, 자신이 모든 영광과 존귀를 모두 받고 싶은 것이 인생의 마음이다. 영웅주의는 우리 속에 있는 헛된 야망에서 나온다. 개혁자 요한 칼빈(J. Calvin)은 말하기를, 「목사를 망하게 하는 것은 야망이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헛된 야망과 영웅주의는 안된다. 모두 섬김의 도를 배워야 한다.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은 갑자기 우리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부상되었다. 그는 법학도로 검찰 총장이었으나, 우리 국민이 그를 대통령에 출마하도록 불러냈고, 드디어 대통령이 되었다. 그가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우리 시대의 영웅이 되려면, 영웅주의를 버리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국민을 섬기며 사랑하는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될 것이다.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대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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