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첫 회동 전부터 '삐걱'… 정권 교체기 두달 험로

선거운동부터 곳곳 '암초'… 예고된 신구 권력 갈등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16일 무산됐다.

첫 만남 전부터 양측 간 '불협화음'이 감지되면서 두 달여 정부 인수인계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대통령 취임식까지 양측의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와 인수위는 회동 무산과 관련해 실무적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표면적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동반 사면, 김오수 검찰총장 거취 등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인 것이 회동 무산의 주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연기 이유에 대해선 "양측이 밝히지 않기로 했다"며 말을 아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같은 시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실무적인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연기 이유에 대해선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무자 차원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회동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회동 연기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정부 인수인계 기간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불편한 동거'가 현실이 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참여정부 청와대와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법 개정 요구와 대통령기록물 이관 등을 두고 벌였던 갈등이 재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정부 인수인계 기간 양측에 놓인 암초들은 이미 선거 운동 때부터 감지됐다. 예고된 갈등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 검찰개혁 적임자로 검찰총장까지 올랐던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 발언을 하며 논란이 됐다.

윤 당선인의 발언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집권 후 정치보복 선언으로 읽혔고,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강력한 분노'라는 표현을 써가며 사과를 공개 요구했다.

당선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의 주요 성과들이 이전으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권한 축소 등 대대적인 수술 작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가운데 하나인 탈원전 정책 백지화 가능성도 높아졌다.

후보 시절부터 원전 산업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던 윤 당선인은 전날 경북 울진군을 방문해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의 조기 착공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최대 성과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 박근혜 정부에서 강조해 온 한미일 삼각공조 복원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2017년 북핵 위기 시절 이전으로의 회귀를 시사했다.

한미일 삼각공조는 박근혜 정부 말미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나온 개념으로, 대화와 외교보다는 즉각적인 군사 대응에 방점이 찍혀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산실로 불리는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재건을 시시한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이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양측의 '불협화음'은 윤 당선인 측의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사 제동를 둘러싸고 표면화됐다.

김 대변인은 전날(15일) 브리핑에서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 "현재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꼭 필요한 인사일 경우에는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 인수인계를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말까지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권을 당선인 측과 협의하라는 의미다. 이른바 '알박기 인사'에 대한 견제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5월9일까지고,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맞받아쳤다.

윤 당선인이 민정수석실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과거 정부의 민정수석실이 뒷조사, 신상 털기 등의 온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취재진에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들을 들어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라디오에서 김오수 현 검찰총장의 거취를 두고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라며, 퇴임을 압박한 것이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선 당선인 측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회동 역시 발표 과정부터 조율이 원만하지 않았다. 양측은 전날 같은 시각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을 공식 발표하기로 했으나 그 전날 언론에 보도되면서 혼선이 일었다.

'핫라인'(직통망) 역할을 하고 있는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전날까지 회동 의제를 두고 막판까지 조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한국은행 총재 인선 등 정부 주요 인사 문제를 두고, 양측이 첨예한 입장차만 확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16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무산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등과의 오찬을 위해 나오다 기자들과 만나 '회동 무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무산이라뇨"라고 반문한 뒤, "실무 협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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