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러 제재 리스크… 수출전선 ‘먹구름’

무역수지 흑자 전환했지만 변수 상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출 기업과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등 수출전선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 이번 사태가 수출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지만, 국제유가 110달러 시대가 열리고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로 대(對)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는 등 악재가 잇따라 발생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출은 각각 48.8%, 21.2% 늘어 지난 1월에 이어 증가세를 유지했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수출 규모가 이를 웃돌며 무역수지도 3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정부는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수출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지만, 수출 전선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우선 국내 기업의 수입액이 늘어난 주요 원인인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수출은 역대 1월 중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입액도 크게 늘며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동절기가 지나면 에너지 수요가 감소해 관련 수입액도 줄 것으로 예상돼 왔는데, 국제유가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며 무역수지가 다시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는 110달러까지 넘어섰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두바이유의 배럴당 평균 가격은 각각 91.63달러, 94.1달러, 92.36달러였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일 WTI, 브렌트유의 배럴당 가격은 각각 103.41달러, 104.9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일에는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인 110.84달러를, WTI 선물 가격도 2013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인 109달러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출 통제 리스크도 수출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조치에 동참했다. 스위프트는 금융 거래를 위해 200여개 국가 1만1000개 은행을 연결한 글로벌 전산망 시스템이다. 여기서 배제된 금융기관은 국제 결제가 어려워진다.

이에 러시아로 돈을 보내거나 받을 방법이 막혀 기업 입장에서는 대금 결제가 지연되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스위프트 제재 영향으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며 대금 미지급 등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미국의 대(對) 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인 '해외직접결제제품규칙(FDPR)'도 수출 기업들의 걱정거리가 됐다. 앞서 미 상무부는 러시아 수출 통제에 FDPR을 포함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기술에 대해 FDPR이 적용됐다.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SW)를 사용했다면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러시아로 수출할 수 있다.

FDPR 예외 국가는 미국이 아닌 자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수출할 수 있다. 현재 미 상무부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일본 등 32개국에 FDPR 적용 예외를 부여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같은 수준의 대러 제재를 취하기로 한 국가들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FDPR 면제국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가 뒤늦게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간 우리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독자 제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28일에서야 무기 제작에 쓰일 수 있는 전략물자에 대해서는 수출 통제 허가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비전략물자는 조치 가능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확정되는 대로 미국 측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이 조치들을 통해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러시아 수출을 통제해 FDPR 적용 예외를 확보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FDPR 면제 여부에 러시아와의 무역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FDPR 면제국은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대러 제재안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면제국에서 제외되면 미국 기술이 들어간 수출품에 대해 일일이 미국 정부 측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부담이 상당하다.이에 정부는 FDPR 면제 적용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산업부는 현재 유선 등을 통해 실무진 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화상으로 국장급 실무회의를 진행했다. 멕시코 출장 중 급히 미국으로 이동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미 상무부 관계자 등과 고위급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상보다 빨랐고, 미국도 즉각 제재 조치를 해야 하다 보니 이전부터 공조한 나라들이 우선 FDPR 면제에 포함된 듯하다"며 "몇 시간, 하루라도 빠르게 면제를 받기 위해 수시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는 이번 사태에 따른 수출 타격을 막기 위해 제재 관련 주요국 협의 및 기업 정보 제공, 무역금융·긴급금융을 통한 피해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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