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반전시위를 벌이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과 지원을 호소했다.
유학생과 근로자 등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우크라이나인 180여명은 27일 오전 서울 정동에 있는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 군의 자국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우크라이나 도와주세요',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손 떼라'고 쓰인 피켓 등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또 우크라이나 국기와 대한민국 국기가 함께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한 재한 우크라이나인도 눈에 띄었다.
시위를 주취한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학과 교수는 공동체 발언문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해 모든 군사력을 사용하고 있다"며 "1941년 나치 독일이 공격한 이래 가장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만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이 공격을 멈출 수 없다면 러시아는 더욱 대담해질 것이고 이는 민주주의 국가들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한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쉐겔 교수는 "푸틴의 러시아는 남북 분단을 야기한 소련의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줄 것을 대한민국 정부와 시민사회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신속히 부과해 달라"며 "이미 미국과 영국, EU 등 국가에서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를 협박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적 재정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칼레나 올레나(29)씨는 "가족과 친구들이 지금 우크라이나에 있는데 굉장히 무서워한다"며 "키예프에서는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게 보이고 폭탄 소리도 계속 들린다고 한다"고 현장 소식을 전했다.
카디릴 예예프 보로데메스씨는 "한국에는 아내와 딸이 같이 왔는데 키예프에 남은 가족이 아파트 지하에 숨어 있다고 한다"며 "한국인들이 최대한 많이 알 수 있게 목소리를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함께 시위에 참여한 그의 아내 박모(38)씨는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하고 모든 사람이 도와줬으면 한다"며 "공습이 나면 지하로 대피한다고 하는데 그때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 연락이 안 된다"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이날을 시작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끝내고 철수할 때까지 매주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