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칼럼] 크리스천의 안보불감증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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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제공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헌법과 그 자유민주공화국을 지키는 것이 크리스천에게 왜 중요할까? 전염병 팬데믹 상황을 빌미로 공권력에 의해 교회의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체험하고도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일부 크리스천들이 대선후보 배우자 무속 관련 ‘루머’에 집중하는 현상을 보면서 필자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크리스천들이 아직도 헌법과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자유권’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국가에 불행이 될 수 있다.

러시아가 침략공격을 감행한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경각심을 가져야 할까?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되었을 때 우크라이나는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구소련이 미국과 서유럽을 겨냥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1994년 러시아, 미국, 영국의 압박으로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하고 비핵화를 선언했다. 비핵화의 대가로 미-영-러는 우크라이나에게 안전보장과 경제원조를 약속했다. 러시아는 안전에 관한 약속을 비웃듯이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했다. 미국과 영국은 2022년 현재 본격적인 러시아의 침략 앞에서 그때처럼 무기력하다.

나토(NATO, ‘북대서양 조약기구’는 구소련의 팽창과 위협으로부터 서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결성된 군사동맹이다.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에 가입하지 못한 우크라이나가 지금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국가의 존립을 지킬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행히 현재의 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러시아의 위성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포기하도록 협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서유럽의 자유민주주의를 수용해서 EU의 일원으로 발전하는 것을 러시아는 원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토에 가입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친러파’들의 러시아 숭배와 의존 때문이었다.

친중을 넘어 중국을 사대로 섬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대중외교에서 한국을 스스로 소국이라고 칭했던 수치는 이미 역사로 남았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러파’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차이는 의존하고 아부하는 대상이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뿐이지 그 본질이 다르지 않다. 필자는 이 세력이 계속 집권하면 한미동맹을 위협하고 우리의 안보가 위태롭게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비핵화’를 했다가 강대국들로부터 배신당할 것을 염려해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기사가 등장했다(“우크라이나사태와 한반도 비핵화”, 미디어오늘, 2022. 2. 23.기사). 이런 한국언론의 보도를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금 우리는 북한 핵무기의 위협 앞에서 제대로 방위태세를 갖추지 못한 대한민국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동맹국 미국과 엇박자를 내면서 외교무대에서 북한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문재인 정부의 위험성을 우리는 사실대로 인식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니었어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여당과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 그리고 그 맹목적 지지자들 외에는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자국의 국가안보가 남의 나라 얘기가 되어 버렸다. 문재인 정권은 5년 동안 북핵 문제를 당사자의 관점이 아니라 남의 나라 문제처럼 다루었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말기에 이르도록 굴욕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부다페스트 각서’보다도 못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집착하며 북한에 구걸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필자는 PLI 성경적 세계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2019년 당시 주한 라트비아 대사였던 바이바르스를 초청해 라트비아가 나토(NATO)의 회원국으로서 어떻게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는가에 대한 강연을 제공했다. 구소련의 침략으로 많은 지식인과 시민들이 학살당했던 역사적 아픔을 경험한 라트비아는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맹 관계를 통해 철저한 안보태세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6·25 전쟁 때 고 최영섭 해군 대령(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과 고 손원일 제독(손정도 목사의 아들)과 같은 탁월한 크리스천 리더들이 우리의 국가와 자유를 지켰다. 크리스천 리더들이 앞장서서 백두산함으로 부산에 상륙하려던 북한의 무장병력을 실은 적함을 격침시켰다. 강대국 미국이 도와주어도 이러한 우리의 노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도 현실이 아닐 수 있었다. 자유민주공화국과 그 헌법을 지키지 못하면, 이 땅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자유도 사라진다. 교회의 역사는 박해 속에서도 영원하다. 하지만, 유형적 교회는 자유를 보장하는 세속국가 위에 세워진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서 이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우리의 자유와 안보를 지킬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이 시대 크리스천의 의무다. 역사적으로 침략을 대비해 국가안보 태세를 제대로 갖춘 국가가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누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볼 수 있듯이 거짓 평화는 전쟁을 부른다. 신앙의 선배님들처럼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가지 않고서도 선거일에 제대로 투표하는 것만으로도 나라를 지키는 일에 참여할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며 우리는 선거에 임해야 한다.

이정훈(울산대 교수, 성경적 세계관 교육 PLI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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