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칼럼] 대선에 임하는 크리스천의 정치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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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제공

교회 또는 크리스천이 정치와 정치적 의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헌법과 법철학 전문가로서 필자는 교회와 크리스천의 정치참여가 헌법상 정교분리에 반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무지에 기인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크리스천은 하나님의 도덕법과 그의 통치를 무의식의 차원까지 신앙의 영역으로 삼아 삶을 통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크리스천들은 이러한 본질적인 크리스천의 정치의식을 탈레반이나 이슬람 국가와 유사한 기독교 신정국가를 현실에서 이룩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지난 총선과 그 이후의 정치 상황 속에서 일부 크리스천들이 보여주었던 왜곡된 정치참여의 모습도 교회와 정치,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부족한 한국교회의 뼈아픈 현실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마22:21)”라는 말씀을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크리스천이 선거에서 도덕적으로 완전한 지도자를 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정치인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정치 속에서 장로나 집사 직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선택해서도 안 된다. 이런 잘못된 정치의식과 태도는 현대정치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사무엘이 다윗을 찾듯 후보자를 택할 수 없으며, 하나님께서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사사를 세우시는 것처럼 지도자를 선택할 수도 없다. 현실적으로 크리스천은 우리의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체제와 정책을 지속하기 위한 정치(정책) 목적적 관점에서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박정희 정부와 기독교의 협력관계를 독재와 유착한 교회의 정치적 전략 정도로 비하하기도 한다(윤정란, 2021). 필자는 북한의 김일성 체제를 피해 월남한 기독교 리더들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 국가의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박정희 정부의 정책을 지지함으로써 교회-정부 간 정책적 연대를 탁월하게 실현한 것으로 이 문제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하고 있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은 크리스천이 아니었고 불자였다. 이러한 긍정적 관점의 교회와 정부의 정책적 연대는 군대를 복음화하는 ‘군선교’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크리스천들은 이러한 국가적-사회적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산업화의 주역이 되었으며 박정희 시대가 지나고 민주화를 성취하는 과정에서도 한국교회는 역사적으로 크게 기여했다.

대선 후보와 배우자에 대한 ‘무속’과 ‘신천지’ 네거티브 프레임이 횡횡하는 것도 정치권이 교회와 크리스천의 표를 의식한다는 방증이다. 필자 역시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무속과 이단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크다. 그러나, 이러한 무속과 신천지를 활용한 네거티브 프레임의 진실여부는 오리무중이다. 논란이 되는 굿판의 인물은 조계종도 경원시하는 한국불교의 전통에서 벗어난 종교인으로서 여당에서도 이분에게 대선 관련 임명장을 수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두 후보 모두 이런 부끄러운 무속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필자는 지면을 빌려 한국교회 안에서 선거철에 늘 횡횡하는 우상과 잘못된 신앙에 대해 한국교회가 더 엄격해질 것을 요구하고자 한다. 일부 크리스천들이 국가지도자의 영적 상태를 지적하는 것을 즐기지만, 정작 지난 총선 때 00당이 국회에 입성한다는 직통계시의 내용이 광장에서 선포되었다. 지난 대선에서도 000후보가 당선된다는 하나님의 계시가 있었다고 선포하는 부끄러운 추태도 있었다. 무속인들이 교회의 종교적 ‘내로남불’을 비웃지 않겠는가? 대선후보를 비난하기 전에 우리부터 회개와 정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그렇다면, 외신도 성장한 한국의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 헌정사 초유의 저급한 대선이라고 보도한 슬픈 대선에서 크리스천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선거에 임해야 할까?

문재인 정권은 한국 헌정사에 큰 상처를 남긴 최악의 정권이었다. 이들의 가장 큰 과오는 무엇일까? 바로 헌법을 무시하고 법치주의의 헌정을 문란하게 만든 것이라고 필자는 주저 없이 대답한다.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우리가 경험한 공권력에 의한 교회에 대한 기본권 침해도 이들의 저급한 ‘헌법’의식이 원인이라고 필자는 진단한다. 혁명을 외치는 세력은 자신들의 ‘옳음’을 근거로 헌법을 무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법과 원칙이 사라진 국가는 소크라테스의 경고처럼 가장 저급하고 위험한 현실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목도한 심판에 의한 메달 훔치기는 스포츠 경기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문재인 내로남불 정권은 베이징의 쇼트트랙 심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혁명과 정의를 외치면서 선량하게 노력하는 아들-딸의 땀과 노력을 훔쳐서 자신들의 배를 채웠다. 국가의 법치가 무너지고 사법부를 자신들의 정치적 시녀로 부리는 세력이 계속 집권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고 헌정으로 실현되는 ‘법치주의’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 크리스천은 하나님 나라의 시민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시민이다. 크리스천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시대적 사명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정훈(울산대 교수, 성경적 세계관 교육 PLI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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