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계의 잇단 ‘무속정치’ 우려 성명… ‘편향성’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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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비선정치·무속정치를 염려하는 그리스도인 선언 기자회견 당시 모습. ©주최 측 제공

비선정치·무속을염려하는그리스도인들 등 진보 교계에서 최근 무속정치에 대한 우려 성명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편향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선정치·무속을염려하는그리스도인들이 발표한 성명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를 간접적으로 거론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의 점집 출입 의혹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 씨가 지난해 11월 인터넷 커뮤니티 ‘포커 고수’에 올라온 무속 관련 게시물에 “우리 엄마 이것 많이 한다”는 취지의 댓글을 단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매체는 이 댓글의 작성자 계정이 ‘리버에넘김’으로 돼 있었는데, 이 씨가 ‘포커 고수’에서 사용했다고 알려진 계정 ‘이기고싶다’와 동일한 카카오톡 아이디를 사용했다며 해당 의혹에 대한 근거를 전했다.

하지만 비선정치·무속을염려하는그리스도인들이 발표한 성명서에선 김혜경 씨의 점집 출입 의혹을 비판하는 대목은 없었다. 이 단체는 지난 1월 27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성명서에서 “최근 MBC스트레이트 보도를 통해 드러난 모 정당 배우자의 무속정치와 비선정치 연루 행태로 인해 사회적 파장이 적잖다”며 “평소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여 생각할 것을 강요받았지만 사법적 판단, 인재 등용에 따른 국가 미래가 사사로운 이익에 사로잡힌 무당 점괘에 의존하는 행태를 더는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에서 우리는 접신한 한 여성의 ‘힘’ 사용설명서를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의 ‘힘’ 사용서를 보며 이들이 점한 영을 ‘악’하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렇기에 예수의 거룩한 영을 받은 기독교인들은 이 시대의 이세벨, 그를 추동한 악한 영의 세계와 짝할 수 없다. 이에 기독교인들은 정권교체 여부를 떠나, 정치 지형에 상관없이 기독교의 정체성을 진달래 대선을 앞둔 우리 사회에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 성명서는 발표 당시 이정배 교수(감신대 은퇴), 강경민 목사(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등 진보 측 교계 인사들이 직접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이후 이정배 은퇴교수는 신학자 27인과 함께 ‘사이비 주술 정치 노름에 나라가 위태롭다’라는 성명을 내고, 뒤이어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회자 486인도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정배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김혜경 씨에 대해선) 드러난 사실이 없고 추후 사실로서 드러나면 비판할 문제”라며 “그러나 김건희 씨는 녹취록을 통해서 확실히 드러난 것이기에 성명서를 통해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점으로 운명을 판단하려는 태도 자체는 기독교의 본질을 침해하기에 문제다. 특히 일부 기독교인들이 예배를 보면서도 뒷전에서 점을 보는 현상은 이를 바로 잡지 못한 목회자들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적 영역에 국한된 일”이라며 “그러나 김건희 씨의 경우 주술에 기초해 모든 정치적 판단을 내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굳히는 태도를 보였기에 문제다. 이는 보수·진보를 떠나 나라의 근간을 뒤 흔들 수 있는 주술의 정치적 참여로 매우 염려가 된다”고 했다.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 기독학술원장)는 “무속은 잘못됐으며 무조건 야당이 좋다고만 할 수도 없다. 윤석열 후보가 앞으로 무속과 단절하겠다는 성명서를 내야 한다”며 “다만 교계는 비판에서 그치면 안 되고, 편향된 정치적 입장을 지양하면서 윤석열 후보나 이재명 후보 등 정치인들이 무속정치와 결별하고 더 나은 정치적 비전을 실현토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특히 “무속은 정의와 공정이 없고 운명에 기탁하는 한편, 바른 예언자는 정의와 공정을 기초로 정치적 실익에 휘둘리지 않으며 올바른 쓴소리를 낸다”며 “때문에 교회는 올바른 신앙 위에서 정의와 공정을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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