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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화된 기독교 진리

이태희 목사

네덜란드의 수상을 지낸 18세기의 위대한 신학자이자 목사였던 아브라함 카이퍼 (Abraham Kuyper)는 기독교 진리의 핵심은 ‘구원론’ (즉 믿음으로 구원얻는 것)이 아니라, ‘우주론’, 즉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포함하는 우주의 모든 영역에 대한 ‘하나님의 통치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기독교의 진리란 개인의 구원 문제만을 다루고 있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모든 피조물 세계의 영적, 물리적 질서와 도덕적 질서를 다스리고 있는 ‘총체적인 삶의 체계’ 또는 ‘우주 보편적인 진리’라는 말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 세상의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기독교와 이 세상이 당면한 위기의 본질은 우주 보편적인 기독교의 진리가 ‘파편화’ 또는 ‘이원화’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다. 교회 안에서 따르는 기준이 따로 있고, 세상에서 따르는 기준이 따로 있다. 기독교의 진리를 종교적인 진리에 국한 시킨 채, 세상 속에서는 세상의 기준을 따라 살아가는 일종의 ‘영적인 분열증’을 앓고 있다. 하나님의 진리는 교회 안에서만 통용되어지는 종교적인 진리가 아니다. 하나님의 진리는 가정안에서의 진리요, 사업장에서의 진리이며, 실험실안에서의 진리요 의사당에서의 진리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은 하나님의 아들로 인해 창조되었고, 아들을 위해 창조되었고, 아들 안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성경적 세계관의 회복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느니라”(창1:1)는 선포로 그 문을 열고 있다. 이 선포가 성경적 세계관의 뿌리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느니라”는 이 말씀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나님께서는 자연세계를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창조하셨음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위한 도덕법을 함께 창조하셨음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회적 존재로 창조하셨고,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치사회적 원칙들을 주셨음을 의미한다. 이 피조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분의 명령에 따라 존재하게 된 것이며, 따라서 모두 그 분에게 속한 것이며, 그러므로 하나님 안에서만 그 목적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가 탐구하는 모든 학문들, 예컨대 법학, 의학, 경제학, 정치학, 물리학, 성악, 미술 등의 모든 주제에 있어 참된 진리, 또한 우리 삶의 모든 영역, 예컨대 가정, 학교,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을 다스리는 법칙과 질서는 오직 하나님과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서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삶의 모든 영역에 있어, ‘진정한 지식’이란 하나님께서 피조세계를 구성하신 ‘법칙’과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고, ‘진정한 지혜’란 그 질서와 법칙을 우리 삶의 기초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잠언 기자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모든 지식과 지혜의 근본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 세상은 창조주에 의해 디자인되었고 설계되어졌기 때문에, 그 안에는 창조주가 정하신 피조세계의 질서와 법칙들이 있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샬롬’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 피조세계를 다스리고 있는 신적 질서와 법칙의 본질을 확신하고, 그 질서와 법칙을 우리의 삶과 사회의 기초로 사용해야 한다. 그와 같은 질서와 법칙으로 가정을 다스리고, 회사를 경영하고, 정치 하고, 문화예술을 만들어 갈 때 이 세상 나라는 그리스도가 영원히 왕노릇하시는 그리스도의 나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경적 세계관’의 회복이 절실한 것이다.

칼빈대학교의 코넬리우스 플랜팅어(Cornelius Plantinga)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지혜롭다는 것은 현실을 알고, 자기 자신을 거기에 맞추는 것이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법칙과 질서를 부인하는 것은 ‘현실’에 대해 우리의 눈을 스스로 가리는 것같은 어리석은 행위다. 그와 같은 어리석은 행위는 마치 만유인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공중에 몸을 던지는 것과 같이 아주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현실과 충돌하게 된다. 현실에 눈을 감는다고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다스리는 법칙과 질서를 무시한다고 해서 그것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경을 통해 우리 가운데 계시되어진 하나님의 질서와 법칙을 무시하고 살아갈 때 우리는 반드시 아주 고통스러운 대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이 세상 나라 가운데 진정한 번영과 샬롬을 이뤄갈 수 있는 길은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이 세상의 정치, 경제, 문화 가운데 회복하는 일, 즉 ‘성경적 세계관’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계속)

이태희 목사(그안에진리교회 담임, 윌버포스 크리스천 스쿨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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