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질문하며 드렸던 새벽기도가 날 살려”

교회일반
인터뷰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힘내라! 한국교회 시즌2] ‘스토리교회’ 담임 전진태 목사
스토리교회 담임 전진태 목사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연중 기획 인터뷰 ‘힘내라! 한국교회 시즌2’를 진행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소재 ‘스토리교회’ 담임 전진태 목사(43)다. 전 목사는 현재 아내와 함께 카페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출석 성도는 30명 안팎이라고 한다. 카페교회가 지닌 장점으로 교인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소그룹 목회를 추구한다고 했다. 전 목사는 “성도들과 먼저 공감하면 공동체가 생겨나고, 이후 공간은 자연스레 생긴다”며 “하지만 많은 개척 목회자들이 반대로 생각한다. 비싼 임차료 충당 등 많은 어려움으로 공간을 지키려 애쓰다 보니, 목회자와 성도 둘 다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목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모태신앙이었다. 제자훈련을 강조하는 한 대학생 선교단체 소속 간사님과 함께 모교회 소그룹 모임을 통해 신앙훈련을 받기도 했다. 이후 서울기독대학교에 진학했는데 군복무 중 십자인대 파열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결국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고 백석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좋은 목회자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모교회 내부에서 발생한 여러 갈등을 목도한 영향도 있었다. 그 만큼 목회자와 성도와의 관계문제가 목회에서 내 숙제이기도 했다. 이후 ‘소그룹 영성’과 관련해 박사과정 논문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후 공부를 내려놓고 보험회사 출동기사로 2년을 활동했는데, 성도들이 일상에서 예배자로 사는데 받는 고충을 깊이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이는 소그룹 목회를 추구하면서 많은 자양분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후 복음적인 목회상을 놓고 기도했고 하나님이 주신 응답에 따라 2017년 5월부터 카페교회인 ‘스토리교회’ 개척을 시작했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목회도 함께 하는 방식이다. 현재 평균 출석 인원은 30명 정도다.

Q. 소그룹이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는 핵심이라고 생각하셨는지?

A. 진실된 목회를 위해선 소그룹이 핵심이라고 신학교에서 배웠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카페교회라는 플랫폼을 토대로 개척을 시작했다. 결국 건강한 성도를 세우고 진실된 공동체를 경험토록 하는 게 내가 추구하는 목회다.

Q. 소그룹 모임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가장 성경적인 소그룹은 가정교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연합예배, 삶 공부, 제자훈련 등 한국가정교회사역원에서 제공한 ‘가정교회 커리큘럼’을 기초로 소그룹 목장별로 나눠 가정교회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금요일마다 소그룹별로 가정예배를 드린다. 주일엔 카페교회에서 소그룹 전체가 모여 예배를 드린다. 하나의 가족 공동체로서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을 추구한다.

Q. 소그룹에서 배우는 것은 무엇인가?

A. 그리스도인으로서 일상에서 예배자로 사는 생활방식을 서로 배운다. 결국 예수님이 원하시는 공동체를 배우는 것이다. 이 밖에도 문턱이 낮은 카페교회 특성을 살려 타교회 성도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가령 매주 수요일 마다 개최하는 성경공부 시간인 OBS(Open Bible Study)도 있다. 참가자들은 주어진 성경 본문을 갖고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해준다. 나는 가이딩(Guiding) 역할만 할 뿐이다. 고민에 대해 소통과 공감을 토대로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Q.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A. 보통 설교는 일방적이고 직선적이다. 그런데 OBS는 성도들이 삶에서 말씀을 살아내고 부딪히며 생긴 궁금증을 모두가 함께 풀어가는 시간이다. 나 또한 성도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 시야가 넓어지는 유익도 있다.

Q. 또 다른 소그룹 형태의 사역도 있는지 궁금하다.

A. 우리 카페교회에서 진행하는 ‘AS 상담’이다. 우리 카페에 들른 신청자에게 신앙상담을 해주는 시간이다. 신청자는 우리 카페에서 차 값만 내면 된다. 주로 타 교회 성도들이 참여한다. 내게 격의 없이 고민을 털어놓는다. 가족, 목회자, 교회 등 관계문제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신청자들 모두가 인격적인 나눔이 이뤄지는 공동체를 갈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고민을 깊이 듣고 공감해주는 목회자들은 없다고 하더라. 아내도 돕고 있다. 우리 부부는 최대한 신청자들의 고민을 듣고 공감해준다. 하지만 핵심은 신청자 스스로가 답을 찾도록 ‘가이딩(Guiding)’ 역할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AS 상담'을 앞서 말한 성경공부 모임인 OBS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스토리교회가 예배와 소그룹 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카페 내부의 모습 ©노형구 기자

Q. 현재 ‘카페 교회’ 플랫폼을 토대로 목회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장점은?

A. 교회란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쉽고, 그리고 많이 찾아오는 장소가 돼야 한다. 카페교회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문턱을 낮추는 역할이다. 아울러 카페도 운영하다보니, 자체 개발한 로스팅 원두도 팔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매출도 적지 않다. 이를 통해 다른 개척교회를 돕고 있다.

Q. 개척의 노하우가 있다면?

A. 사람들과 먼저 공감하고 그들을 사랑하면 공동체가 생겨나고, 이후 자연스레 공간도 생긴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이 개척에 임할 때 거꾸로 생각하는 것 같다. 가령 요새 건물 임차료가 비싸서 그런지, 공간을 지키기 위해 성도들을 교회로 묶어두려는 경향성이 있다. 그러다보니 목회자와 성도 둘 다 힘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Q. 반대로 카페교회가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A. 카페교회를 생업차원으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스토리교회’도 초창기 공간 임차료만 월 300만 원 정도가 나가더라. 정말 비명을 질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례비는 받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초기엔 애를 쓰며 카페교회를 운영했다. 하지만 ‘돈에 끌려 다니기 보단 오히려 돕는 교회가 되자’는 목표로 사역에 임하니까, 하나님께서 원두 납품 영업이나 외부 후원금 등을 통해 어떻게든 재정을 채워주시더라.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바로 영성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카페교회를 운영하면서 새벽기도의 부재에 있다. 우리도 카페 영업 마감 시간이 오후 10시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다음 날 새벽기도회를 매일 연다. 하나님과의 독대 시간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필수 원동력이다. 목회자도 예외는 아니다.

Q. 사역하면서 붙들고 있는 말씀이 있다면?

A. ‘이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에베소서 4장 12절)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새벽기도회에서 하나님께 질문을 던지면서 드린 기도가 나를 살렸다. 목회에서 겪는 고민을 하나님께 많이 물어봤다. 성도들을 온전케 한다는 것은 나 또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우리 교회는 1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권사·장로 등 직분은 따로 없다. 하지만 서로에게 존중을 담아 ‘형제·자매’로 부른다. 이 또한 성도들의 은혜로운 기도가 바탕이 되니 가능한 것 같다.

스토리교회의 예배 공간. ©노형구 기자

Q. 말씀에 기초해서 목사님이 말하는 복음이란?

A.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한복음 1장 12절)다.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간다면 복음이 자연스레 전해진다고 말하고 싶다. 조현병을 앓는 20대 형제가 있다. 귀신이 보이고 환청이 들리면서 살아야겠다는 절박감에 교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교회들로부터 거절당했다고 했다. 간혹 받아주는 교회가 있어도 그 친구를 향한 진실한 소통과 공감은 배제한 채 “이렇게, 저렇게 해라”고만 지시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떠돌다가 우리 교회로 우연히 찾아왔다.

현재 나는 이 친구를 섬기고 있다. 일주일에 3-4번 씩 우리 카페교회로 찾아온다. 자살충동이 든다고 하더라. 혼자 있으면 불안하니까, 하루 2-3시간 씩 내 곁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털어놓는다. 사실 그 친구는 사랑이 고픈 것이다. 요새는 무조건적 위로보단 약이 되는 쓴 소리도 많이 한다(웃음). 여하튼 카페교회를 시작한 취지도 여기에 있다. 한 영혼을 진심으로 대하자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에게 대화공동체를 경험토록 해 세상을 이기는 힘을 공급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정교회도 여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신앙선배들이 직접 삶으로 살아낸 복음을 보여주고 청년들이 배우도록 하면서, 한 영혼을 진실한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것이다. 그럴 때 마음이 열리고 전도 또한 쉽지 않을까?

Q. 끝으로 이 시대 한국교회 성도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성경말씀이나 진리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한복음 15장 5절)이다. 예수님 안에 거할 때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복음은 능력이다. 그런데 환경에 짓눌려 있다면 두려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생명의 말씀이 있고 예수를 머리로 삼으며 한 영혼을 진심으로 대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한국교회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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