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체스터 답스페리한인교회의 크리스마스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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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 잃은 슬픔에도 한 땀 한 땀 만들던 목도리가 만든 사랑
백수정 권사는 매년 통증을 참아가며 손수 만든 목도리를 어려운 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오른쪽이 답스페리 한인교회 담임 최기성 목사 ©미주 기독일보

(미국 뉴욕주) 웨체스터 답스페리 한인교회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기적을 소개하려 한다. 필자가 백수정 권사님을 처음 만났던 것은 4년 여 전이다. 매주 앞자리에 앉아 예수님께 간구하는 모습을 보며 어느 날 권사님께 여쭤봤다. “기도제목이 있으신지요?” 권사님은 노후에 얻은 관절염으로 손가락과 손목 등이 많이 불편한 것으로 알고 있어 기도해 드리려 하는데 뜻 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권사님의 큰 딸이 백혈병이라는 것이었다. 예배가 끝나고 권사님과 말씀을 나누던 그날은 따뜻한 봄날 오후였다. 모든 성도들이 힘을 다해 만들어간 예배당 안은 참으로 경건하고 아름다운 주님의 몸된 지성소와 같은 장소였다. 한참 동안 성전의 십자가를 응시하시던 권사님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이고 어머니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힘든 호흡을 붙들고 있는 딸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것뿐이라며 따님을 살려달라고 간구하신다며 고개를 숙이는 권사님의 손을 잡아드리고 같이 기도했다.

답스페리리한인교회 담임 최기성 목사님과 함께 온 성도들은 백 권사님의 큰 딸을 위해 수시로 간절히 기도했다. 그 모습은 마치 바울 사도와 마케도냐의 박해받던 크리스천들이 하루를 마지막처럼 살아가는 더 힘들고 어려운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과 같아 보였다. 자신이 처한 상황의 힘듦을 잊고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은 오늘날 주님과 동행하는 뉴욕과 뉴저지 모든 교회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이 올 때까지 그들의 기도는 쉬지 않았다.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크리스마스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날 권사님은 늘 그랬듯이 인자한 웃음으로 저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하셨다.

”내가 손목이 아파 많이 만들지는 못했는데…”라며 손수 뜨개질로 만드신 목도리 육십 개를 주셨다. 그리고는 “하 목사가 가르치고 있는 신학교에서 홈리스사역을 한다고 하니 홈리스들에게 전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 힘든 손목의 통증을 이기시며 한 땀 한 땀 만들어간 목도리를 스프링벨리 홈리스들에게 전해주던 날 나는 하나님께 큰 영광을 돌렸다. 홈리스 가정들을 모시고 저녁 만찬을 하던 그 때 교회 안에 열 살 남짓 되는 여자아이 하나가 목도리를 가지고 나이 많은 스페니쉬 할아버지의 목에 둘러줄 때 그렇게 따뜻해 하는 노인의 모습에서 그곳의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어린 소녀의 손길과 백권사님의 뜨개질하는 손길이 동일함을 느낄 때 눈물이 많이 나와 눈 앞을 가렸던 그 순간이 지금도 떠오른다.

그리고 또 여러 계절이 지나가고 겨울이 올 때쯤 권사님은 더 야윈 모습의 큰 딸을 걱정하며 기도하시다 나를 불러 손수 짠 목도리 칠십 개를 홈리스들에게 나누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는 큰 따님 생각이 나서인지 계속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몆 주 후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다음날 큰 딸은 천국으로 갔다. 온 교회성도들이 기도하며 위로를 나눴고 권사님도 따님은 주님이 계신 곳에서 천국의 위로를 받을 것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올해 권사님은 그 따뜻한 목도리를 60여 개 가져오시며 올해도 기도로 한 땀 한 땀 짜셨고 이 목도리를 홈리스들에게 전해주기 바란다고 하셨다. 그런데 다음 날 켄터키를 비롯한 미국 중부지역에 큰 토네이토가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마침 켄터키에 있는 교회에서 도움을 청하는 연락이 있었다. 올해 권사님의 목도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켄터키의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사랑으로 품어주는 귀한 도구로 쓰여질 것이다. 큰 딸이 위중한 병에 걸려서도, 또 그 병으로 천국으로 먼저 떠났어도 불편한 손으로 매년 정성껏 짜왔던 사랑의 목도리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더욱 따뜻하게 할 기적의 소식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병민 목사(미주 기독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