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정부 지원, 백신 개발 성패 갈랐다

“팬데믹 반복 대비 국가 R&D 전폭지원 필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0대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한 '제약바이오 정책 공약 제안서'

세계 선진국들이 정부의 빠르고 긴밀했던 예산 지원으로 인해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성패가 갈려졌음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20대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한 제약바이오 정책 공약 제안서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후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OWS)을 가동해서 약 180억 달러(20조원·2021년 7월 기준)의 예산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선구매 및 개발에 투입했다.

이 중 모더나에는 총 59억 달러(개발지원비용 9.54억 달러, 구매비용 49.4억 달러), 화이자에는 총 59.7억 달러(구매비용) 지원이 이뤄졌다. 두 회사에 약 6조원씩 지원된 셈이다. 화이자의 경우 개발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선구매 관련해서만 지원받았다. 그 결과 미국은 빠르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내고 수급의 우위를 가질 수 있었다.

영국도 신속한 백신 확보를 위해 백신태스크포스(VTF)를 구성해 10조원을 선지원 및 선구매에 쏟았다. 독일의 독일연방교육연구부(BMBF)는 1조300억원을 대량생산에 지원했다.

이런 지원 속에 mRNA 신기술 백신을 개발해낸 미국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화이자와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텍은 제약업계 애플로 부상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이 20억 유로로, 작년 같은 기간 2800만 유로 보다 70배 이상 뛰었다.

2010년 설립된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설립 11년밖에 안 된 모더나는 올해 8월 시가총액 1573억 달러를 넘겨 100년 전통 제약사들의 시총을 뛰어넘었다.

반면 또 다른 제약강국인 스위스, 일본, 프랑스 등은 정부의 초기 지원이 미미해 현재 코로나19 백신의 성과가 부진하다.

기업이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력(연구 기반)에 정부의 투자가 더해 결과적으로 백신 개발의 성패를 갈렸다는 평가다.

늦지만 우리 정부 역시 백신 주권 확립을 위한 투자에 나섰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내년 5265억원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에 3210억원, 연구·생산 인프라 구축 1063억원, 방역물품·기기 고도화 302억원, 기초연구 강화에 690억원을 계획했다.

제약업계는 신종 감염병 출현에 따른 팬데믹 반복에 대비하기 위한 전폭적인 국가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제약기업 CEO들은 대선 후보 정책제안서에서 '백신주권, 글로버 허브 구축을 위한 전폭적인 국가 R&D 지원'을 제안했다. 코로나 백신 개발과 차세대 백신개발 플랫폼을 전폭 지원하고, 정부의 R&D 투자 규모를 보완할 백신바이오펀드 조성 및 백신·원부자재 생산설비 확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부처의 제약바이오 지원 사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 직속의 컨트롤 타워로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치할 것도 건의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신규 백신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지금, 실질적인 지원이 더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미크론에 대응할 신규 백신을 개발할지에 대해 기업 혼자 결정하고 투자할 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코로나 백신 개발 투자금은 대부분 기업이 알아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백신 #백신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