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기에 좋았던” 세상이 낯설고 두려운 곳으로 변했을 때

김기석 목사, 창조절 맞아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있어서의 ‘지혜’ 나눠
김기석 목사 설교 동영상 캡쳐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가 9월 5일 '창조절'에 오늘날의 피조된 세계를 조망하는 설교를 해 이목을 끌었다. 창조절은 비교적 근래에 형성된 교회 절기로, 매년 9월 첫째 주일부터 대림절 전까지다. 김 목사는 창조절에 대하여 "생태계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하나님로부터 나왔고,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책임을 지고 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기석 목사는 창조절 제1주에 시편 107편 31-43절을 본문으로 "지혜 있는 사람이 누구냐?"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시편 107편은 전체적으로 사람과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역사 즉 구원의 역사에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다. 그 중 설교 본문은 아래와 같다.

"여호와의 인자하심과 인생에게 행하신 기적으로 말미암아 그를 찬송할지로다. 백성의 모임에서 그를 높이며 장로들의 자리에서 그를 찬송할지로다. 여호와께서는 강이 변하여 광야가 되게 하시며 샘이 변하여 마른 땅이 되게 하시며, 그 주민의 악으로 말미암아 옥토가 변하여 염전이 되게 하시며, 또 광야가 변하여 못이 되게 하시며 마른 땅이 변하여 샘물이 되게 하시고, 주린 자들로 말미암아 거기에 살게 하사 그들이 거주할 성읍을 준비하게 하시고, 밭에 파종하며 포도원을 재배하여 풍성한 소출을 거두게 하시며, 또 복을 주사 그들이 크게 번성하게 하시고 그의 가축이 감소하지 아니하게 하실지라도, 다시 압박과 재난과 우환을 통하여 그들의 수를 줄이시며 낮추시는도다. 여호와께서 고관들에게는 능욕을 쏟아 부으시고 길 없는 황야에서 유리하게 하시나, 궁핍한 자는 그의 고통으로부터 건져 주시고 그의 가족을 양 떼 같이 지켜 주시나니, 정직한 자는 보고 기뻐하며 모든 사악한 자는 자기 입을 봉하리로다. 지혜 있는 자들은 이러한 일들을 지켜보고 여호와의 인자하심을 깨달으리로다."

김기석 목사는 창조절에, 창조주께서 처음 창조하셨던 세계와 오늘날의 세계를 비교했다. 창조되었을 때 세계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 하시는 세계였으나, "그런 세상이 이제는 낯설고 두려운 곳으로 변했"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대형 산불, 홍수, 가뭄, 녹아내리는 빙하, 생물종들의 멸종, 대기와 바다의 오염, 황폐해진 땅, 그리고 코로나를 비롯한 감염병이 우리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김 목사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구하면서, 시편 기자의 시에 흐르는 지혜를 배워보자고 제안한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서 "강이 변하여 광야가 되게 하시며 샘이 변하여 마른 땅이 되게 하시며, 그 주민의 악으로 말미암아 옥토가 변하여 염전이 되게 하시"는 것과 또 반대로 "광야가 변하여 못이 되게 하시며 마른 땅이 변하여 샘물이 되게 하시고, 주린 자들로 말미암아 거기에 살게 하사 그들이 거주할 성읍을 준비하게 하시"는 역사도 함께 기술했다.

이에 대하여 김 목사는 이 시들이 " 하나님께서 하시는 위대한 사역을 예시하고 있"다고 말하며 "그것은 일종의 질서의 전복"이라고 설명한다. 하나님께는 현실을 바꾸실 만가지의 길이 있을 것이다. 비록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어둡고, 뿐만 아니라 어디로 어떻게 나가야할지 알 수 없는 암담함 속에 있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김 목사는 "현실이 어둡다고 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하나님을 믿는 자라면, "조물들의 신음 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이 때에 하나님의 꿈을 품고 사는 이들은 세상의 흐름을 거스를 용기를 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망가진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것은 우리의 꿈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꿈"인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 꿈에 초대받은 이들"이라는 것이 김 목사의 시각이다.

물론 세상은 때에 따라 경제 논리가 생명 논리를 이기기도 하고, 세상 한 가운데서 그리스도인들도 처한 상황에 따라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바알과 아스다롯을 섬겼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자기 자신만의 우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김 목사는 "믿음의 사람들은 육체의 욕망, 눈의 욕망, 세상 살림에 대한 자랑(요일2:16)에서 자꾸 멀어져야 한다. 그래야 자유로워진다"고 강조한다. 불안정한 인간이 욕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기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김 목사는 그러한 "싸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세상에 길들여진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평생 욕망과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실존이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욕망에 저항할 생각조차 품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이다.

인간의 욕망은 인간 자신도 무너뜨리고 동시에 우리가 처해 있는 세계도 오염되게 한다. 김기석 목사는 인간의 욕망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세계 즉 지구 환경에 대한 욕망과 연결짓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고, 탄소 발자국을 덜 남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이르렀음을 암시한다. 누구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살 수 없"다.

물론 개개인의 노력이 전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미미하므로 이같은 노력에 대하여 비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욕망에 저항할 생각조차 품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김 목사는, 같은 논리로 작은 노력을 하자고 권고한다. 우리가 처한 이 세계는 "하나님의 걸작품인 이 세상"이고 우리는 여기 "잠시 머물다" 가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 하나님의 결정에 맡기자"고 권고하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참 지혜"라고 그는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