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 위탁 조항, 사학 자율권 본질적으로 침해”

사회
교육·학술·종교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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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네트워크, 9일 ‘개정 사학법’ 관련 포럼 개최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가 한국교회총연합회와 업무협약체결을 맺고 있는 모습이다. ©노형구 기자

(사)미션네트워크가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 기독교 사학의 주요 현안과 과제-사립학교 교원임용 강제위탁 제도와 기독사학의 대응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기독 사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먼저 변윤석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통과된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개정안은 사립학교를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로 사학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개정안의 주요 쟁점은 ▲교원채용을 위한 필기시험의 교육청 강제위탁 조항(제 53조의2 제11항) 등”이라고 했다.

이어 “위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감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필기시험을 포함하지 않거나 교육감에게 위탁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며 “하지만, 지난 2007년 대법원은 ‘학교법인에게는 헌법상 사학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가 인정되므로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자주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과 사립학교법의 입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타 헌법상 기본권과 같이, 헌법 제37조 2항에 따라 사학운영의 자유는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제한될 수 있다”며 “따라서 위 개정안에서 필기시험 강제위탁 조항의 ‘위헌 여부’는 사학운영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했는지에 따라 판단될 것”이라고 했다.

변윤석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하면, 필기시험 강제위탁 조항은 사학운영의 자율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며 “사학은 개인 또는 종교단체 등 사인(私人)의 막대한 재산 출연을 통해 설립됐고, 그 설립 목적이란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건학이념은 학교별로 어떠한 인재상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가치체계로서, 이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서 구현되며, 그 교육이란 바로 건학이념에 맞는 교원을 채용함으로써 가능해진다”고 했다.

또한 “필기시험 강제위탁 조항의 입법 추진을 지지하는 입장은 해당 조항을 통해 사립학교의 채용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채용비리의 발생 횟수는 전체 사립학교의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며 “아울러 그 비리에 대해선 형사상 처벌·행정상 신분적 제재·임용 취소 등을 통해 문제의 시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변윤석 변호사 ©노형구 기자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홍배식 회장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가 성경적 세계관으로 무장돼 있는가는 기독교 학교를 건학이념에 맞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그래서 교사 선발 임용권은 일반 사학뿐만 아니라, 기독교 사학에 있어서 포기할 수 없는 본질이자 요체”라고 했다.

홍 회장은 “현재 기독교 사학은 성경을 가르쳐야 하는데 지금은 성경이 아닌 종교학의 이름으로 가르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과정상 성경을 하나의 과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종교학 교사로 공고가 발표되면, 성경을 교육할 사람도 지원하겠지만 종교학 전공자 및 다른 종교의 지원자도 얼마든지 기독교 사학에서 종교학을 가르치겠다고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종교학에서는 기독교 신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있어, (교육청이 주관하는) 1차 필기시험의 내용도 성경이 아닌 종교학의 내용을 묻게 될 것이다. 만일 합격자 가운데서 성경을 교육할 사람이 없게 된다면, 기독교 사학은 여타 종교를 다양하게 가르치는 ‘종교학교’가 될 것”이라며 “그러면, 기독교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채플 등 교육과정의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기독교 학교에 오면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서 볼 수 없는 밝음과 명랑함이 있다’, ‘폭력 대책 위원회가 이렇게 열리지 않아도 되는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다’ 등의 얘기를 장학사·공립학교 교사들로부터 많이 들어왔다”며 “이처럼 공립학교에서 볼 수 없는 기독교 학교의 독특한 교육방식은 기독교적 건학이념과 더불어 교사들의 기독교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중심으로 학생과 교사들이 형성하는 공동체 문화가 결국 학생의 인격과 성품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많은 공립학교들이 있는데도 굳이 기독 사학의 교사 선발권을 제한해, 사학을 공립화한 뒤 획일적인 교육 과정으로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창의성이란 바로 다양성에 기초를 해야 하는데, 소수의 사학 비리 문제로 공공성을 높이려다 우리 사회의 창의성을 없애려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신대 박상진 교수는 “채용비리를 막기 위해 사학의 교원 임용권 일부를 교육청에 위탁하는 조항 등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시행은 오히려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의 현행 사학법에 따라, 관할청의 감독 및 감사 기능을 강화한다면 교원임용의 공정성을 얼마든지 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행법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원의 채용은 ‘해당 학교의 장의 제청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이 경우 교원임용은 설립자 개인이나 법인 이사장 개인의 의사가 아닌, 해당 학교장의 제청과 이사회 의결이라는 공적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사학법 제53조의 2의 제1항)”고 했다.

또한 “교원 채용의 언론 공고를 의무화해 설립자나 법인이 사적으로나 비밀스럽게 행할 수 없도록 했고,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해 임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도록 했다”며 “교원 채용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시 응시자는 전형결과의 공개를 요구할 수 있고 임용권자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사학법 시행령 제21조의 제3·4항)”고 했다.

때문에 “현행 사립학교법과 시행령의 규정은 교원임용의 제반 절차를 상당히 엄격하면서도 사립학교 법인의 교원임용권의 자율성은 크게 침해하지 않고 있다”며 “이 법과 시행령이 제대로 적용되고 실천될 수 있도록 관할청의 감독 및 감사 기능을 강화해 교원임용의 공정성을 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립학교 법인과 구성원들 모두는 채용비리의 근절과 척결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문제는 사학의 임용 비리 척결을 이유로 사립학교의 교원임용을 교육감에게 강제 위탁하도록 한 사학법 개정안은 사학의 존립 기반인 교원임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은호 목사((사)미션네트워크 이사, 오륜교회, 영훈학원)의 사회로 진행된 1부 창립감사예배 및 업무협약 체결에선 이영선 이사장(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전 한림대 총장)의 기도, 손신철 목사((사)미션네트워크 이사, 인천제일교회, 제일학원)의 설교에 이어 표용은 목사(감리교영명학원 이사장, 기감 증경 감독회장)의 축도, 이재훈 목사((사)미션네트워크 이사장, 온누리교회, 한동학원 이사장)의 인사에 이어 이철 기감 감독회장(한교총 공동대표회장), 류영모 목사(예장통합 부총회장, 한소망교회 위임목사)가 당부를 전했다.

이어 미션네트워크는 기독교학교 정체성 수호를 위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와 한교총 주요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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