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녀의 자존감을 키워주자

오피니언·칼럼

부모들은 자녀들이 세상에서 자존심을 지키고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존심보다 자존감 높은 삶을 살아야 인생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자존심을 세우는 사람을 살펴보면 오히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사전에서 살펴보면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아니하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며 자존감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정의되어있다. 결국 자존심은 남에 의해서, 자존감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 서점가에는 최근 몇 년간 자존감과 관련된 심리학책이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다고 바로 자존감이 상승하지는 않는다. 자존감의 형성은 어린 시절 가족 간의 관계, 특히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모로부터 애정 어린 관심을 충분히 받았다고 느끼며 성장해야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Depositphotos

정신의학자인 알프레트 아들러(Alfred W. Adler)는 성장기의 가족 안의 열등감이 평생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성과주의자가 된다고 한다. 성과주의는 결국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다. 남들을 이겨야만 만족하는 성과주의가 강해질수록 자존감은 떨어진다.

 

요즘 TV 프로그램 채널A의 ‘금쪽같은 내 새끼’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문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소통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들이 끊임없이 부모가 보아주길 바라고 부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노력한다. 아이가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 아이는 애정을 끊임없이 갈망하고, 성취에 극단적으로 몰두하는 성격으로 성장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애정 어린 관심을 충분히 받았다고 느끼며 성장해야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자녀의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행동 중 한 가지 예로, 얼마 전 지인과의 만남에서 자녀와 전화 통화를 듣게 되었다. 딸과의 전화였는데 “네가 죽으면 네 새끼 나는 절대 못 봐준다. 네 새끼 전부 고아원에 보내 버릴 테니까 알아서 하라”는 등 옆 사람이 당황할 정도로 험한 말들을 딸에게 퍼부었다. 성인인 자녀에게 그렇게 험한 말들을 할 정도이면 성장기 때는 아이를 어떻게 대했을지 불 보듯 빤하였다.

말의 속뜻은 해산한지 얼마 안 된 딸이 아이들 때문에 자지도 먹지도 못하는 것을 보고 속상한 나머지 딸에게 몸을 돌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언어폭력에 가까운 말들이 옆에서 듣는 남도 충격적인데, 당사자인 딸은 어머니의 말에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분은 딸이 매사에 남에게 휘둘린다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존감을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분이다. 부모로부터도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남과의 관계에서는 더욱더 위축될 것이다. 당장 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더니, 자신도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하지만 자식에게 부끄러워서 어떻게 미안하다고 하냐고 난감해하셨다.

부모들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도 자신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자녀들에게 사과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억울함만 쌓이고, 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존중받지 못한 경험이 늘어 갈수록 아이들의 자존감도 같이 낮아지는 것이다.

 

노은영 작가

부모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한다고 느낀다. 자식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뿐더러 부모로서 권위가 상하는 일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경험을 가지고 성장하는 아이들은 자신을 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여기고, 다른 사람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실수했을 때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녀들에게 사과하는 멋진 부모가 되어보자.

 

노은영 작가(사회복지학 석사, 청소년 코칭전문가)

#노은영 #자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