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올무에 빠트리려는 ‘세금’ 질문

목회·신학
목회
김재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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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삼 목사, 18일자 주보 그림 해설
존 싱클턴 코플리의 '세금'(1782년) ©이훈삼 목사 페이스북 캡처

주민교회 이훈삼 목사가 18일자 주보 그림으로 인용된 존 싱클턴 코플리의 '세금'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 눈길을 끌었다. 1782년작인 '세금'은 예수님을 시험하려는 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가 질문의 요지였다.

이 목사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먼저 "모든 전쟁의 목적은 약탈(전리품)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 자기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땅‧곡식‧보물‧노예 등이 전리품이었다면 요즘은 석유 등 자원이 주 목적이다. 그러므로 세상에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전쟁에서 승리한 강대국은 한번 전리품을 취하고 끝내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득을 가져가려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체계적‧지속적인 약탈이 세금 또는 조공 제도다. 과거 중국이 조선에 그랬고 일본이 강점기에 우리에게 그렇게 했다. 로마도 마찬가지였다. 로마가 강력한 군사력과 부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드넓은 식민지에서 세금으로 그만큼 많은 것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피식민지에서 거두는 세금은 로마 제국을 유지하는 근간이었고, 로마에 바치는 세금에 반대하면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당연히 반대로 납세 거부 운동은 반(反) 로마 독립운동의 중요한 방법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오늘 예수님은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갑자기 예수님의 적대자들이 공개적으로 정말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해왔다.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 이것은 예수님을 곤란에 빠트리기 위해서 고안해낸 의도부터 악한 질문이다"라며 "당시 로마에 내는 세금에 대한 양 극단의 입장이 있었다. 로마의 앞잡이로서 권력을 쥐고 있던 헤롯왕과 일당은 세금을 많이 거두어서 부과된 금액만 로마로 보내고 나머지는 합법적으로 착복했다. 그래서 헤롯당은 로마에 바치는 세금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가능하면 세금을 많이 거두려고 회유하고 협박했다. 반면 유대 무장 독립운동 단체인 열심당은 납세 거부 운동을 펼쳤다. 베드로나 유다 등 예수님의 제자들 중 몇몇은 이런 무장 독립 운동가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로마를 몰아내기 위한 독립 운동가들이 예수님께 조직적으로 접근하여 요구했을 것이다. 이렇게 세금을 두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예수님께 이런 돌발적인 질문이 공개적으로 던져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예수님을 아주 싫어하는 바리새파와 헤롯당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치밀하게 구성한 각본에 따라 짐짓 궁금한 척 질문을 던졌다.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 그 속에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없앨 수도 있는 무서운 계략이 숨어 있었다. 바쳐야 한다고 하면 예수님에게 메시아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추종하던 제자들이 떠날 것이고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위축될 것이다. 바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그 즉시 로마에 신고하여 반역죄로 처단하면 된다. 기가 막힌 올무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에 따르면 예수님은 그러나 동전을 가리키며 양자택일의 함정을 유연하게 돌파하는 명답을 내렸다. 이 목사는 "로마 황제 것이면 황제에게로,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로 드려야 한다. 주님의 오른손은 동전을 가리키고 왼손은 검지를 수직으로 들어 하늘을 향하고 있다. 주님은 몸에 두른 푸른색과 붉은 색의 옷감처럼 지상의 질서와 천상의 질서를 대조시켰다"고 했다.

이 목사는 그러면서 "이 장면을 뒤편에서 구경하던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들어 주님의 대답에 집중하고, 한 사람은 해석하기 쉽지 않은 이 대답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왼손을 턱수염에 대고 골똘히 생각한다. 황제의 것과 하나님의 것, 나는 근원적으로 어디에 속한 존재인가?"라고 물으며 글을 맺었다.